김태호 경남도지사가 최근 실국장 회의에서 ‘제2시화호’ 논란을 빚어 온 고성군 마동호 건설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분석하라”고 지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례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향후 결론이 관심거리다.
이 사업은 고성군 마암면 보전리∼동해면 내곡리 사이 바다 834m 구간에 방조제를 쌓아 2012년까지 740만 t의 담수호를 건설하는 것. 1995년 사업 구상 당시부터 환경단체와 농촌공사, 찬반 주민들의 줄다리기가 심했고 공사 중단과 재개도 반복됐다. 현 공정은 39%.
▽경남도 방침=김 지사는 “농업용수 개발 목적이 여전히 유효한지, 고성군의 의견은 무엇인지, 경제·환경·문화관광·역사적 (보존)가치와 개발에 따른 가치는 어떤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는 바로 농촌공사와 협의에 들어갔다. 경남도 관계자는 “10년 전 이 사업을 구상할 당시에는 가뭄 피해가 잦았지만 이후 농업용수 개발 사업이 많이 추진돼 최근에는 피해가 없었다”며 “필요성이 상당 부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마동호 연안주민대책위원회’는 “농경지가 줄어 기존 저수지만으로도 용수공급에 문제가 없고, 유입 수량이 적어 물이 썩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농촌공사 입장=농촌공사와 ‘마동지구 농촌용수개발사업추진위원회’는 “1400ha의 주변 농경지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지역발전을 앞당기려면 이 사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경지 면적이 줄어드는 등 농업 여건이 변했지만 용수 부족 현상은 여전하다”며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질 정화와 철새보호 대책 등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절차적 하자가 없는 국가사업인 데다 사업을 승인한 경남도가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일부 차질은 예상되지만 김 지사의 말 한마디로 관련법에 따라 추진돼 온 이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사업을 포기하면 전체 사업비 1025억 원 가운데 이미 투입된 보상비 등 348억 원이 날아가 버린다. 게다가 시공회사의 손실보상 청구도 예상된다.
찬성 주민들의 반발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그동안 개발에 몰두했던 김 지사의 이번 지시를 놓고 “환경단체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화해의 손짓’ 또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남에서 내년 가을 ‘환경올림픽’인 람사르총회가 열리지만 환경단체 등이 “경남도가 바다 매립을 통한 산업단지 조성에 열을 올린다”며 이 회의 불참을 천명했기 때문.
경남도가 농촌공사와 고성군, 환경단체 등의 동의를 받은 뒤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겨 그 결과가 나오면 마동호 건설사업의 대체적인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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