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무(無)주제’ 전시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립 이후 처음으로 미술계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오쿠이 엔위저(사진) 예술감독은 14일 재단이사회에 나와 “내년 비엔날레를 주제 없이 세 분야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위저 감독은 “주제를 정해 작품을 전시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하게 전시를 구성하겠다”며 “개방된 전시는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해 온 실험정신에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기본구상’은 △첫 번째 섹션=2007∼2008년 세계의 전시회 흐름을 보고 형식으로 소개하는 ‘연례보고: 일년 동안의 전시’ △두 번째 섹션=젊은 큐레이터와 디렉터들의 실험적 전시 기획안을 펼치는 ‘제안서’ △세 번째 섹션=광주만의 독특함을 반영하는 ‘실행: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이다.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6차례 치러진 광주비엔날레는 ‘경계를 넘어’, ‘지구의 여백’, ‘인(人)+간(間)’, ‘멈춤’,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열풍변주곡’ 등의 주제를 내걸어 다른 비엔날레와의 차별성을 강조해 왔다.
일부 재단이사들과 미술계 일각에서는 “‘무주제’ 전시는 일관성을 찾기 어려워 산만해질 우려가 높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엔위저 감독은 “주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전시 자체가 비엔날레를 추진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세 가지 기본 구상을 통해 관객이 전시를 경험하는 개방형 전시로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비엔날레 재단은 이사의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하고, 당연직 이사 정원을 현재의 8명에서 광주상공회의소장 광주시의회의장을 뺀 6명으로 줄이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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