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제시문 교과서 내 출제 비중 10배 늘어날 듯

15개 대학 인문계 3년간 논술시험과 올 모의고사 분석

통합교과형으로 치러지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 논술 고사의 교과서 내 제시문 출제 비중이 지난해보다 10배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논·구술 전문 업체인 ‘유레카엠앤비’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15개 대학의 2005∼2007학년도 인문계 논술고사 문제와 올해 발표한 모의 논술고사의 제시문 출전을 분석한 결과다. 자연계의 경우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대학이 논술고사를 치르지 않아 조사에서 제외했다.

○ 지난 3년간 논술, 교과서 제시문 2.9% 불과… 올 모의 논술선 29%로 급증

조사에 따르면 이들 15개 대학이 최근 3년간 인문계 대입 논술의 제시문을 교과서에서 인용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모의 논술에서는 제시문의 교과서 내 출제 비율이 29%로 크게 늘었다. 이는 수험생이 공교육의 틀 안에서 논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교과 간의 통합을 통해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각 대학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논술 모의고사 또는 예시문항에 나타난 대학별 교과서 내 제시문 인용 비율은 경기대가 83.3%로 가장 높았고 서울대 47.1%, 경희대 45.5%, 건국대 33.3%, 동국대 22.2%, 중앙대 16.7%, 인하대 13.3%, 경북대 5.6% 등이었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은 논술 모의고사 때 교과서에서 직접 지문을 출제하지는 않았지만 교과서에서 다루는 주제나 교과과정을 반영하는 문제를 출제했고 2008학년도 입시에서도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문계 논술 모의고사의 제시문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교과목은 사회(21.4%)였으며 경제(16.7%), 사회문화(14.3%), 문학(11.9%), 도덕(9.5%), 정치, 윤리와 사상, 근현대사(각 4.8%) 등이 뒤를 이었다.

교과서 내 출제를 포함한 전체 제시문을 유형별로 보면 철학 경제학 사회학 등 비문학 분야가 44.1%였다. 예년에는 비문학 제시문이 60∼70%에 달했지만 교과서 활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이 밖에 표나 그래프 등 통계자료를 제시한 경우가 6.9%로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표나 그래프를 직접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고전이나 논문에 들어 있는 자료까지 포함하면 통계 관련 비중은 15%가 넘는다.

○ 교과서를 기반으로 사회현상 해석하는 능력 길러야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대학이 난이도 등의 논란으로 인문계에서는 수리논술을 치르지 않는 대신 통계자료를 통해 수험생의 수리적 개념과 활용 능력을 측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성진 유레카엠앤비 책임연구원은 “교과서 내 출제 비중은 높아졌지만 논술고사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특정 교과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교과서를 기반으로 사회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교과서만으로 논술을 대비하기보다는 교과서 주제와 관련된 고전과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논술과 심층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지난해 20개에서 49개로 배 이상 늘었으며 반영비율도 대부분 높아졌다. 22개 대학은 자연계도 논술을 치른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