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 정서와 다를 뿐 아니라 주민 불편이 우려된다.”
경남 합천군 합천읍 황강변 ‘일해공원’에서 시민단체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상영하려 하자 합천군과 전두환 전 대통령 지지단체 등이 반대해 마찰이 우려된다.
‘새천년 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20일 “23일 오후 8시 일해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화려한 휴가’를 한 차례 상영하겠다”며 “상영 전에는 공원 내 ‘일해’ 간판 철거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해 간판은 12일 시민단체가 떼어 냈으나, 합천군이 다시 붙였다.
운동본부는 “5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의 상영을 허가하지 않아 군사독재 시절의 탄압을 연상하게 한다”며 “합천군민들에게 5·18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상영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배급사와 상영 협의를 마쳤으며, 전교조와 농민회를 통해 2000장의 입장권을 사전 배부할 계획이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반면 합천군은 “영화의 음향으로 인근 아파트와 주택의 주민들이 수면에 방해를 받을 우려가 있으며 야간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불편을 준다”며 공원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많은 군민의 정서와도 어긋나며 공원의 나무 등에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군은 당일 공무원을 동원해 상영을 막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는 19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집회신고를 내고 공원 내에 텐트를 친 뒤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전사모는 “시민단체들이 공원 안내판을 훼손하고 영화를 상영하려 해 시위에 나섰다”며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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