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는 5월경 눈에 띄기 시작한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이 일대 감나무와 대추나무 잎은 물론 깨와 콩, 호박 등 농작물의 잎을 갉아먹고 있다.
나뭇잎을 갉아먹는 미국흰불나방은 몸길이 3∼5cm가량으로 몸통은 송충이를 닮았으며 잡식성으로 먹이가 부족할 때는 풀이나 농작물도 먹어 치운다.
특히 미국흰불나방은 한번에 500∼600개씩 알을 낳기 때문에 초기에 방제하지 않으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주민 이모(74·전주시 송천동) 씨는 “작년에 몇 마리 보이더니 올해는 수만 마리가 나뭇잎과 농작물을 갉아먹고 있다”며 “방제시기를 놓쳐서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나무는 대부분 미국흰불나방의 습격으로 잎맥만 앙상하게 남았고 유충들이 부근 논밭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
인근의 완주군 봉동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민 김모(27·여) 씨는 “주말 사이에 미국흰불나방 떼가 앞마당의 오래된 감나무에 몰려와 하얗게 변했다”며 “마당에 송충이처럼 생긴 벌레가 가득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나무와 농작물뿐 아니라 마당에 널어 놨던 빨래와 신발장에도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붙어 있어 주민들이 벌레가 집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폭염에도 현관문과 창문을 꼭 닫은 채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이 시기에 늘어나는 유충인데 올해 7, 8월의 잦은 비로 방제시기를 놓쳐 일부 지역에 개체수가 늘었다”며 위생과 안전에 유의해 살충제를 뿌려 줄 것을 당부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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