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 지하철 100배 즐기기/구도심 역세권 취재 뒷얘기

  • 입력 2007년 8월 24일 0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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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역을 끝으로 대전 지하철은 구도심을 지나 신도심으로 들어간다. 이에 앞서 역세권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들었던 뒷이야기들을 잠시 소개한다.》

대전지하철은 외환위기 발생 1년 전인 1996년 첫 삽을 떴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나라가 부도에 직면했으니 지원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게다가 난공사 구간이 많아 “차라리 그냥 덮어 두자. 지하 주차장으로나 사용하자”는 말이 나오는 등 1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지하철공사 때 이런 일이=중앙로역 공사는 애초 지하상가를 철거하고 공사를 마친 뒤 다시 지하상가를 짓도록 돼 있었다. 공법상으로나 비용 측면에서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알려지자 상인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구 한일은행 터를 매입해 지하상가 밑으로 지하철을 건설할 수밖에 없었다. 우려했던 지하상가의 균열이나 침하가 나타나지 않자 건설업계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22개 역 중 가장 넓은 대전역의 터널은 ‘3아치’ 공법이 채택됐다. 1만 m²에 이를 정도로 공간이 넓어 아치 형태의 지붕에 또 다른 아치를 만들어 안전성을 확보한 것. 중앙로역을 건설할 때에는 지하수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진땀을 빼기도 했다.

▽전국의 명물, 스크린 도어=대전도시철도가 서울이나 부산 대구 인천의 지하철보다 단연 우위에 있는 것은 스크린도어다. 모든 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이용객의 선로 추락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열차 풍(風)에 따른 미세 먼지를 차단해 승강장을 쾌적하게 해 준다.

하지만 애초 시공사 측은 “전동차의 제동은 습도 온도 등 100가지 이상의 변수가 있어 정위치 정차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결국 국내외 기술을 총동원해 국내 최초로 스크린도어를 완성했다. 이 기술은 이제 서울 등 타 철도기관에 전파되고 있다.

전동차의 소재도 논란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전국의 대부분 전동차는 철강이나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졌지만 대전은 가볍고 전기 사용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획기적 소재인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특히 이 알루미늄은 바로 대전 토착기업인 ㈜동양알루미늄 제품이다. ‘발상의 전환’이 지역 업체도 도와주고 전동차 효율도 높인 것.

▽즐기는 지하철=본보 ‘대전지하철 100배 즐기기’가 게재되기 시작한 6월부터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게시판(www.dongA.com/news/daejeon)에는 다양한 글과 의견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동란동이’라는 누리꾼은 “철도가 가진 안전성 고속성 정확성 편리성 쾌적성 등을 시민들이 느끼면서 친숙해져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대전지하철은 시민 품으로 다가섰다. 올 6월 대전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하자 시민들은 지하철로 몰렸다. 당시 지하철을 처음 타본 시민도 많았다. 그들은 “지하철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당시 지하철의 편리성에 매료된 상당수 시민이 지하철 고객으로 편입됐다”고 말했다.

역을 책임지는 역장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이기하(62) 대전역장은 오랫동안 행정직에 몸담아온 인물. 한국서예협회 충남지회장이자 서예가인 그는 다음 달 3일부터 9일까지 공주문예회관에서 5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장동림(60) 서대전네거리역장은 충청은행 지점장 출신이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에 은행을 그만둔 뒤 역장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김해수(59) 대동역장은 38년 동안 철도공사에 몸담아 온 베테랑이며 이주성(52) 용문역장은 32년 동안 군에서 철도병과를 담당해 왔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탄방역 편이 이어집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페이지(www.donga.com/news/daejeon) 게시판에 올려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지나간 역에 대한 기사도 모두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강규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교통수단 넘어 시민 문화공간 될 것”

003년부터 2년 반 동안 대전지하철건설본부장을 지낸 뒤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강규(57·사진) 사장은 대전지하철의 ‘산증인’이다. 그는 1996년 지하철이 착공된 뒤부터 지금까지 지하에서만 살았다.

“지하철건설본부장으로 재직할 때 아침에 전화 받기가 두려웠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노선 주변 상가가 먼지로 뒤덮이고 장사가 안 돼 상인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 4월 17일 1호선 전 구간 개통식에서 그는 “불편함을 참아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훔쳤다. 1호선 전 구간이 개통된 이후 그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각 역을 돌며 가연성 있는 소재는 일일이 치우도록 당부한다.

지하철 시공사와 ‘모든 공법은 구공법이 아니라 신공법으로 한다. 계약 변경은 가능하다’는 문구를 도입한 것도 이 사장의 작품. 공사 과정에서 신공법이 개발되면 즉각 이를 현장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장은 “이제는 지하철이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즐기는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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