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파티시에(제과제빵사)가 프랑스산(産) 밀을 사용해 빵을 만들고, 30여 종이 진열된 프랑스 빵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서래마을을 찾은 23일. 방학철을 맞아 동네가 텅 빈 듯했지만 이 가게에서는 어렵지 않게 엄마 손을 잡고 빵을 고르는 프랑스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 프랑스 학교 따라 마을도 옮겨와
팔래스호텔 뒤편 서래마을이 프랑스마을로 바뀐 것은 1985년 용산구 한남동에 있던 프랑스학교가 서래마을로 옮겨오면서부터.
풍경은 서울의 여느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프랑스 국기 색을 본뜬 삼색 보도블록, 프랑스어가 병기된 안내 표지판, 프랑스풍 가로등 등에서 이 마을의 이국적인 특색을 찾아볼 수 있다.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뿐 아니라 미국인 일본인 등 1000명에 가까운 외국인이 산다. 그중 프랑스인이 500여 명.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1000여 명 중 절반 정도가 이곳에 사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 마을에는 프랑스어가 통하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3곳이나 된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된다.
○ 외국인들, 고급 빌라에 거주
최고경영자(CEO) 급은 132m²(약 45평) 정도의 집을, 학교 교사 등 상대적으로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66m²(약 20평) 정도의 집을 선호한다. 큰 집의 임대료는 보증금 없이 월 400만∼600만 원, 작은 집은 월 150만∼200만 원.
이들은 집을 구할 때 2, 3년치 계약을 하고 입주와 동시에 월세 전부를 미리 낸다.
동양공인중개사의 김혜숙 실장은 “프랑스 손님들은 계약이 끝나면 단 하루의 오차도 없이 집을 빼는 게 특징”이라며 “또 외국인 임대 수요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곳 집주인들은 별로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 프랑스 거주자들, 검소하고 자유로운 생활
이 지역에 사는 프랑스인들의 삶은 무척 검소한 편이다.
5년째 프랑스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진만희 씨에 따르면 프랑스 가정주부들은 대부분 비싸다는 이유로 주변 슈퍼마켓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버스를 타고 재래시장으로 간다. 진 씨는 “CEO 부인들도 중형차보다는 소형차를 탄다”고 말했다.
17개 학급 3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프랑스학교는 철저히 프랑스식으로 수업한다. 많은 수업은 자유로운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집요할 정도로 질문하기를 좋아한다. 교사와 의견이 달라도 자기주장을 끝까지 펼친다.
진 씨는 “유치원생이건 고등학생이건 프랑스 사람들은 까다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서래마을은 ‘서리풀 공원’과 ‘몽마르뜨 공원’이 있어 한국 사람 기준으론 쾌적한 편이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녹지와 나무가 적다”고 불평한다.
○ 변화하는 서래마을
최근 2, 3년간 서래마을의 모습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식당이나 카페가 생기면서 골목마다 공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중국, 기타 아시아계 음식점 등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동네가 아담하고 예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데이트 등을 위해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을 찾던 젊은이 중 일부가 이 마을로 옮겨왔다. 요즘 생긴 가게들은 이들의 기호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서래마을을 ‘글로벌 빌리지’로 지정해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의 정착과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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