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총경 감봉 3개월 ‘경징계’

黃 총경 “법적 대응”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한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황운하 총경(가운데)이 29일 징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로 들어가던 중 잠시 멈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수사와 관련해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황운하(44·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총경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이에 대해 황 총경은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며 “법적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남형수 감사관은 2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중앙징계위원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초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내리려 했으나 황 총경이 훈장을 받은 점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낮춰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남 감사관은 “황 총경은 경찰청장 퇴진 요구와 관련해 조직의 수장을 저속한 표현으로 비난하고 언론을 통해 경찰 내부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조직의 위신을 실추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청의 한 간부는 “이 청장은 오늘 오전 회의에서 ‘중징계라고 미리 상정하지 말고 징계위원들이 심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징계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지명권자인 이 청장이 지명한 치안감 1명(위원장)과 경무관 4명(위원)으로 구성됐다.

징계위원회가 끝난 직후 황 총경은 “(경찰청장이) 징계권을 함부로 휘둘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찰관들의 건강한 내부비판을 억압하려 하고 있다”며 “징계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총경은 또 “곧바로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할 것이며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황 총경에게 경징계가 내려짐에 따라 이날 징계위원회 직후 정례모임을 열기로 했던 경찰대 총동문회는 모임을 취소했다.

하지만 경찰 인터넷 커뮤니티 ‘폴네띠앙’의 한 회원은 “황 총경에 대한 경징계로 급한 불은 꺼지겠지만 경찰 내부의 의사소통 통로가 여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불씨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이날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하극상’을 거론하며 징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1시간 반 전인 오후 2시 반 브리핑에서 “내부에서 ‘청장 물러나라’는 공공연한 하극상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경찰의 기강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 공직사회 기강을 위해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간부는 “이 청장이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를 무릅쓰고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비쳐 경찰 내부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극적 효과를 더했다”고 분석했다.

황 총경은 5월 26일 경찰청이 한화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기로 하자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글을 경찰 내부 전자게시판에 올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