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성냥갑 아파트’ 못 짓는다

  • 입력 2007년 8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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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9일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획일적이던 아파트 단지(왼쪽)의 모습이 앞으로는 다양한 형태(오른쪽)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제공 대한주택공사
서울시가 29일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획일적이던 아파트 단지(왼쪽)의 모습이 앞으로는 다양한 형태(오른쪽)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제공 대한주택공사
내년 3월부터 서울에서 같은 모양, 같은 층수의 ‘성냥갑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없다.

서울시는 29일 다양한 층수와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으면 아파트 건축을 규제하는 내용의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마련해 2008년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시 미관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번 조치가 정부가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와 맞물려 아파트 공급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는 9월부터 이번 대책을 시범 운영한 뒤 문제점이 생기면 보완할 방침이다.

○ 높이와 모양 다양하게

이번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1000채 이상 또는 10개 동 이상의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면 건물의 30%(동 수 기준)는 독창적인 설계로 지어야 한다. 한 개 단지를 지을 때 적어도 두세 가지 형태의 건물 설계가 필요한 셈이다.

또 같은 단지 안에 비슷한 층수의 아파트를 여러 채 짓는 대신, 저층부터 고층까지 다양한 층수의 건물을 고루 배치해야 한다.

아파트를 앞에서 쳐다보면 발코니만 보이는 모습도 개선한다. 이번 대책에 따라 아파트 전면의 70%까지만 발코니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파트 전면의 30%는 돌출되거나 구멍이 뚫리거나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겉모양이 비슷해지고 있는 주상복합건물도 특색 있는 디자인이 아니면 건축심의를 통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건축심의 개선대책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연면적 10만 m² 이상이거나 21층 이상의 건물 또는 300채가 넘는 16층 이상의 공동주택이다.

○ 재건축조합과 건설업계, “현실 무시한 모순 정책”

서울시의 이번 대책에 건설업계 등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편에서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을 묶어 놓고, 다른 한편에서 서울시가 가격(건축비 및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대책을 시행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지금보다 적은 분양가를 받으라는 얘기”라며 “분양가 상한제와 이번 대책은 동시에 시행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형 건설업체의 재건축 담당 K 상무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이번 대책을 강행하면 주택 공급이 줄거나,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부는 엉망인 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적용하면 설계비, 인건비, 자재비 등이 높아져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은 서울시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 대책을 적용할 경우 층수, 용적률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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