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자본주의의 변신-시장이냐 정부냐?
<주제 탐구 의의>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자본주의에도 역사가 있다. 산업 자본주의, 독점 자본주의, 수정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그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변신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유주의는 시민혁명의 근거가 되었던 이데올로기로서 개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 자유주의란 모든 사람에게 시민적 지위와 평등성을 부여하는 민주주의로 발전하였고, 경제적 자유주의는 사유재산의 인정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시민혁명 이후의 역사는 자유주의의 이러한 두 측면 사이에 화해하기 어려운 내적 모순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즉 보통 선거권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민주적·평등적 요소와 사적 소유를 전제로 한 시장 자본주의의 불평등적 요소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역사의 핵심은 이러한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인 셈이다.
여기서는 자본주의의 변신 과정을 시장과 정부의 관점에서 추적하고, 나아가 인간화된 자본주의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사회) | |
번호 | 주제 |
1 | 개항(1876) 어떻게 볼 것인가? |
2 | 지역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
3 | 우리 곁의 민주주의 |
4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 |
5 | 사회 속의 개인 |
6 | 의무냐, 목적이냐? |
7 |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가? |
8 | 붕당의 현대적 의미 |
9 | 지도,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
10 | 정치 속의 여성 |
11 |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인가? |
12 | 개고기가 나쁜 음식인가? |
13 |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 |
14 | 역사란 무엇인가? |
15 | 지형의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
16 |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눈 |
17 | 자본주의의 변신-시장이냐 정부냐? |
18 | TV 속에 비친 우리 사회 |
19 | 국가란 무엇인가? |
20 | 주전론과 주화론 |
21 | 가라앉는 섬, 누구의 책임인가? |
22 | 정치문화와 한국 |
23 |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
24 |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 |
<쟁점탐구1> ‘보이지 않는 손’은 신(神)의 손인가?
자본주의의 설계사 애덤 스미스는 인간을 이기적 본능을 가진 존재로 이해했다. 따라서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강조했다. 그리고 우려되는 이기적 욕구 사이의 충돌은 시장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자동으로 조절되고, 그 결과 의도하지 않은 좋은 결과 즉, 공익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이다. 실제로 자본주의 초기의 효율성(생산성)은 놀라운 것이었고, 산업혁명에 성공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의 구상대로 자본주의가 작동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애덤 스미스가 그토록 믿었던 ‘보이지 않는 손’에 마비 현상이 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시장실패’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가격이 희소한 자원의 최적 배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도처에서 깨지기 시작했다. 우선 완전경쟁이라는 믿음은 독과점이라는 괴물에 의해 무너졌다. 독과점 기업들의 횡포(생산량은 줄이고 가격은 비싸게 받는)는 고스란히 소비자들과 중소기업의 피해로 전가되었다. 둘째, 애덤 스미스의 믿음과 달리 시장가격이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었다. 외부효과의 발생이 그것이다. 환경오염 같은 해로운 외부효과는 감당할 수 없게 많이 발생한 반면, 교육이나 기술 개발과 같은 이로운 외부효과들은 안타깝게도 잘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자유로운 사익 추구는 공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셋째,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들은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공공재 생산을 외면했다. 그 결과 사회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 이처럼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시대는 ‘보이지 않는 손’의 크기가 생각처럼 그리 크지 않았으며, 전지전능한 신의 손도 아니었음을 보여 주었다.
<쟁점탐구2> ‘보이는 손’의 화려한 등장과 ‘보이지 않는 손’의 반격!
‘보이지 않는 손’의 실패는 결국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로 이어졌다. 주기적 공황과 같은 경제 불안정과 극심한 빈부격차는 자본주의를 유일한 대안이 아닌,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대안과 경쟁하는 선택적 대안으로 만들었다. 1929년의 세계경제 대공황은 이러한 자본주의 위기의 절정이었으며, 자본주의의 사망 선고일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죽지 않았다. 자본주의를 살린 것은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자유방임주의자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정부, 즉 ‘보이는 손’의 어루만짐 덕분이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이론과 미국의 뉴딜 정책 실험의 성공에 힘입어 등장한 정부는 보란 듯이 독점자본주의 시절의 문제점들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독과점과 환경오염을 규제하고, 공기업을 만들어 부족한 공공재를 생산함으로써 자원의 최적 배분 회복을 시도했다.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사회주의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누진세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자본주의가 형평성(분배의 공정성)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라는 신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경제 불안정을 해결해 나갔다. 이제 정부는 단지 운동장 바깥에서 호루라기를 불기만 하는 심판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 들어가 함께 공을 차는 적극적인 경제의 주체로 나섰던 것이다. 1960년대는 이러한 큰 정부의 황금기였다. 많은 사람이 ‘보이는 손’의 유능한 손놀림에 박수를 보냈다. 정부의 등장은 이처럼 극적이었고 화려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1970년대에 들어 상황은 다시 돌변했다. 석유파동(oil-shock)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발생은 이번에는 ‘보이는 손’의 마비를 가져왔다. ‘정부실패’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이제 과거처럼 정책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다양한 영역에서 비효율성을 초래했다. 이때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보이지 않는 손’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등장이 그것이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보이는 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게 다시 자본주의를 맡길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들은 1980년대에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에서 정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회주의권 몰락과 함께 시작된 세계화(globalization)의 이념적 기반이 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생각 확장하기>
(가)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한다.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경제의 효율성을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 권한과 기능을 축소시키고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의 확대를 주장한다. 세금 감면, 정부 기구의 축소,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 시장의 유연화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셋째, 공공복지 제도의 확대는 정부 재정을 팽창시킬 뿐만 아니라 근로 의욕을 감퇴시키는 복지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본다.
(나) 자본주의의 인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본주의가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와 깊은 관련을 맺고 발전해야 한다. 또 시장경제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분배의 정의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본주의의 인간화는 결국 개인주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의식, 애타주의와 인도주의, 협력과 나눔의 문화를 필요로 한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
<논제1> 쟁점탐구와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주요 정책들에 대한 평가를 시장(‘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보이는 손’)의 관점에서 서술하시오.
강창선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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