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경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납치, 감금하고 있으니 1000만 원을 통장 계좌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내일 정오까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당신 아들을 다시는 못 볼 줄 알라”며 6차례나 협박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계좌에 돈을 넣으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31일 오전 11시 45분경 모 은행 신림동지점에서 돈을 찾다가 붙잡힌 ‘납치범’은 다름 아닌 자신의 외아들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아버지가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평소 직장 일에만 신경 쓰고 가정을 소홀히 여기는 아버지를 혼내줄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화를 걸 때 마스크를 쓰고, 장갑으로 입을 가려 목소리를 바꿨다고 경찰에서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4년제 대학졸업 후 별 직업 없이 빈둥거리던 이 씨는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취직, 결혼을 못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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