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가 직접 예일대서 보냈을 가능성도
동국대가 미국 예일대에서 ‘신정아(35·여) 씨의 박사학위는 정상적’이라는 허위 내용의 팩스를 받을 당시 신 씨가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신 씨의 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신 씨가 예일대에서 직접 ‘가짜 팩스’를 보냈는지 확인하고 있다.
신 씨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동국대 A 교수는 2일 “검찰이 확보한 신 씨의 출입국 관련 기록을 보니 동국대가 예일대에서 신 씨의 박사학위 증명서를 받기 며칠 전인 2005년 9월 15일을 전후해 신 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2005년 9월 1일 신 씨를 조교수로 임용한 뒤 주변 교수들이 신 씨의 학위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같은 달 5일 국제 등기우편으로 예일대에 신 씨의 학력 조회를 요청했다.
동국대는 이후 9월 22일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인 패멀라 셔마이스터 교수의 서명이 들어간 신 씨의 ‘박사학위 증명서’와 ‘학위기(졸업증서)’ 등 두 종류의 서류를 팩스로 받았다.
하지만 예일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학력 위조 문제로 신 씨가 잠적한 뒤인 올해 7월 “동국대가 받았다는 팩스는 예일대의 서류 양식과 다르고, 셔마이스터 교수의 서명도 위조됐다”며 “예일대 문구점에서 구입한 종이에 증명서를 위조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가짜 팩스에 찍힌 발신번호와 예일대 대학원의 실제 팩스번호가 일치해 지금까지 누가 어디서 이 팩스를 보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 결과 신 씨가 예일대의 가짜 팩스가 전송되기 전 미국에 있었다면 신 씨가 직접 예일대에서 허위 문서를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예일대는 동국대가 보냈다는 학력 조회 공문도 받지 못했다고 밝혀 미국으로 간 신 씨가 동국대 공문도 입수해 빼돌렸을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돈다.
이와 관련해 동국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허위 내용의 팩스가 예일대 대학원에서 실제 전송됐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신 씨의 출입국 관련 기록을 확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신 씨 의혹을 처음 폭로한 장윤 스님이 계속 검찰 출석에 불응함에 따라 이번 주 신 씨를 임용한 홍기삼 전 총장을 먼저 불러 임용 과정과 외압 의혹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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