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추진 녹지에 “콘도 짓겠다” 金씨 정보 사전입수 의혹

  • 입력 2007년 9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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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짓겠다는 민락동 땅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사들인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유원지. 부산=최재호 기자
콘도 짓겠다는 민락동 땅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사들인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유원지. 부산=최재호 기자
부산銀, 개인 보증만으로 680억 대출

보증 선 8명과 金씨의 관계도 의문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통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부산 건설업주 김상진 씨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 땅을 매입하기 전 땅의 용도 변경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김 씨가 이 땅과 관련해 부산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 시공사의 보증이 없었던 것으로 2일 확인되는 등 김 씨의 민락동 땅 개발과 관련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키우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본보 1일자 A1 참조
김상진씨 부동산 재개발 사업 커지는 ‘배후’ 미스터리

▶본보 1일자 A3면 참조
건설업자 김상진씨 ‘자고나면 터지는 의혹들’

○개발정보 사전 입수?

김 씨는 민락동 땅의 도시계획시설이 공원에서 유원지로 바뀐 올 1월 초 토지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바뀔 것이란 부동산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적극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매입한 민락동 땅이 토지이용계획상 용도가 자연녹지여서 아파트나 콘도를 지을 수 없음에도 대출을 받기 위해 부산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10∼20층에 700실 규모의 콘도 3개동을 짓겠다고 했다.

이에 부산은행 역시 m²당 130만 원(평당 429만 원·공시지가 m²당 35만 원)을 적용해 김 씨에게 거액을 대출해 줬다.

이후 이 땅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바꾸는 용도변경 계획이 건설교통부에 올라갔으며 부산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도 변경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 부동산업자는 이날 “용도 변경이 이루어져 콘도를 지을 경우 엄청난 차익을 챙길 수 있다”며 “김 씨가 용도 변경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간부는 “도시기본계획 변경 과정에서 지자체 차원의 공청회가 있는 데다 계획을 짜기 몇 년 전부터 용도 변경 소문은 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원지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영업 반대로 유원지 영업이 어려워져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권고로 용도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신 취급 관행을 깬 특혜성 대출?

부산은행은 이날 “김 씨가 5월 민락동 3만8000m²를 개발하겠다며 680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시공사의 보증 없이 법인 임원 및 공동사업자의 보증만 받았다”고 밝혔다.

부산은행은 또 “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근거로 돈을 빌려 주는 PF의 특성상 요즘은 시공사 없이 은행과 시행사가 손을 잡고 사업을 곧바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시행사에서 공사계약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시공사의 이익금 요구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부산은행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몇 년 동안 은행 간 PF 사업 경쟁이 심하긴 했지만 시공사의 보증 없이 거액을 대출하는 것은 일반적 여신 취급 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시공 능력이 국내 100위 안에 드는 시공사의 채무 이행 능력을 감안해 자금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대출이 이뤄진다”며 “은행으로선 채권 확보를 위해 ‘시공사 보증’은 필수이기 때문에 부산은행의 대출 행위는 의외일 뿐 아니라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뒤 50억 원의 추징금을 문 건설업자가 연대보증인도 없이 거액을 대출받은 것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대출 당시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김 씨의 회사에 대해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 (부도가) 터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부산은행은 “김 씨와 관련된 소문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부산은행은 대출 당시 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김 씨에게 특수법인(SPC)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공동사업자이기도 한 보증인들에게 50억 원의 자본금을 마련해 올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 씨는 법인 2곳과 S사 주주 및 공동사업자 6명 등 8명의 보증인을 통해 5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계약금으로 내놓았다.

이에 따라 단순 보증이 아니라 6억 원 이상을 내놓은 8명의 보증인이 누구인지, 김 씨와는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행은 “보증인의 신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이와 함께 부산은행이 김 씨 회사에 대출해 줄 때 적용한 연리 8.5%의 금리도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의 보증 없는 대출(개인 보증 대출)은 주로 제2금융권에서 실시하며 이때 금리는 통상 연리 13% 선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가 7월 27일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기 직전 신용보증기금 등에 갚은 돈이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의 일부라는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부산은행은 “지금까지 지급한 대출금을 확인한 결과 다른 기관의 대출금 변제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김 씨가 S사 명의로 빌린 돈 680억 원 중 현재까지 지출된 돈은 465억 원이며 나머지 215억 원은 아직 미지급된 상태다.

부산은행은 또 김 씨가 이 땅을 당초 은행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KB부동산신탁에 담보 신탁을 해 놓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는 점도 덧붙였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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