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뚱보 놀림 이젠 안받아요”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1분


《서울 홍제초등학교 4학년 권준모(11) 군은 올해 1학기 초만 해도 체육시간이 무서웠다고 한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찼고 뱃살 때문에 허리를 굽혀 운동화 끈을 매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키 140.1cm에 몸무게 48.8kg(표준체중 33.6kg)이었던 권 군은 비만율 45%의 ‘중증도’ 비만 어린이였다. 그러나 요즘 권 군은 친구들과 축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4월에서 6월까지 3개월간 학교와 서대문구 보건소가 연계해 실시한 ‘Hi-건짱’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한 이후 몸이 한결 가벼워졌기 때문. 7월 1일 현재 권 군은 키 142.4cm에 몸무게 44.4kg(표준체중 36kg)이다. 비만율 23%로 정상치(20% 미만)에 근접했다. 》○ 서대문구, 초등학교와 손잡고 비만 어린이 관리

서대문구는 권 군을 포함해 구내 3개 초등학교(홍제초, 홍연초, 연희초) 비만 어린이 129명이 참가한 상반기 ‘Hi-건짱’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남자 어린이들의 체중은 평균 0.88kg, 여자 어린이들은 평균 0.62kg 줄었다고 3일 밝혔다.

체지방률은 남자는 2.20%, 여자는 1.97%가 감소했다. 반면 근육량은 남자는 0.46%, 여자는 0.51%가 늘어 몸의 균형이 상당히 바로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보건소 강귀빈 소장은 “계속 몸무게가 늘어나는 성장기 어린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체중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운동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 비만에 아침 운동 효과적

권 군은 ‘Hi-건짱’ 프로그램에 따라 일주일에 세 번씩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등교해 땀을 흘리며 운동했다.

서대문구가 파견한 운동지도자는 어린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에어로빅, 줄넘기, 피구, 다이어트 댄스 등 매주 운동 방법을 달리했다.

서대문구는 또 매주 보건소 영양사를 보내 참가학생과 학부모에게 영양교육을 실시했다. 학부모들은 비만 어린이를 위한 맞춤식단과 올바른 간식 섭취법 등을 배웠다.

특이한 점은 수업 전에 운동 프로그램을 실시한 홍제초교 학생들의 체중 감소율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 연희, 홍연초교에 비해 다소 높았다는 것.

서대문구 관계자는 “방과 후엔 과외학습 등으로 운동참여율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대문구는 2학기 ‘Hi-건짱’ 프로그램 대상 학교로 선정된 3개교(금화초, 고은초, 북성초)는 모두 아침에 운동을 실시하도록 했다.

○ 식사일기 쓰기 등 영양 관리 중요

비만 탈출의 두 축은 운동과 식사요법. 특히 어린이들은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음식 조절에 관심을 둬야 한다.

서대문구 보건소는 비만 어린이들에게 매일 ‘식사운동일기’를 추천했다. 권 군 역시 식사운동일기를 매일 쓰면서 간식을 포함해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부모의 노력도 중요하다. 권 군의 어머니는 인스턴트 음식 대신 직접 만든 보리빵과 감자, 우유, 과일 위주로 간식 식단을 짰다.

강 소장은 “비만 어린이는 성인이 돼서도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린이 비만은 학교와 가정, 그리고 지역 보건기관이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98년 12.1%이던 전국의 초등학생 비만율은 2005년에는 18.3%로 증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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