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김씨형제 연결 추가단서 확보한듯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1분


《‘정면 돌파.’ 검찰이 건설업자 김상진(41) 씨와 정윤재(43)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등을 전격 출국금지한 것은 김 씨의 부산 연제구 연산동 개발 사업 등에 정 전 비서관이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뜻이다.》

부산지검(지검장 김태현)은 지난달 31일 김 씨 관련 보완수사에 착수하면서 “정 전 비서관과 관련해 추가 단서가 포착되면 일반적인 수사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이 김 씨와 정 전 비서관을 잇는 ‘추가 단서’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속전속결=검찰은 보완수사 방침을 발표한 지 사흘 만인 3일 의혹의 핵심 인물들을 출국금지했다.

특히 변호인과도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김 씨 등의 소환 조사 전에 정 전 비서관까지 출국금지한 것이다.

이는 정치권의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이 사건에 특검 도입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이 보완수사에 착수한 직후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래저래 검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바깥 상황이 조성됐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떠밀리다시피 수사를 재개한 마당에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특검 도입 움직임과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해 검찰이 속전속결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쪽을 택했다는 것.

검찰이 보완수사 착수 전에 이미 정 전 비서관의 혐의 일부를 포착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있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수사의 연산동 개발 사업 과정 등에서 불거진 김 씨 관련 의혹”이라고 밝힌 데 이어 곧바로 관련자들을 출국 금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수사 방향=검찰은 일단 김 씨와 형 김효진 씨를 소환해 개발 사업 추진과정 등에서 정 전 비서관이 끼친 영향력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씨가 각종 건설 사업 등을 통해 확보한 비자금 일부를 정 전 비서관에게 제공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대검의 계좌추척팀을 동원해 김 씨 소유 차명계좌 5, 6개를 비롯해 정 전 비서관과 정상곤(53) 전 부산지방국세청장까지 계좌추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김 씨 소유 건설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김 씨가 정 전 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정 전 비서관이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에 앞서 연산동 개발 사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재향군인회 대출심사 관계자 등을 불러 22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 집중적으로 대출된 경위와 허술하게 이뤄진 대출심사 등을 강도 높게 수사할 방침이다. 또 시공사 P사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지방 군소업체의 사업에 시공을 맡게 된 경위도 중점 수사 대상이다.

부산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노 대통령 측근 인사 외에 현직 국회의원 3, 4명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원 2, 3명 등이 김 씨와 관련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정 전 비서관을 넘어 부산 지역 정치권 인사들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씨 형제, 수시로 회사명의 변경=김 씨 형제가 친인척과 회사 직원 명의로 5개의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대표이사를 수시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아파트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세운 I사는 8일 만에 대표를 갈아 치우는 등 21개월 동안 대표가 5차례나 바뀌었다.

건설사 관련 소송을 맡고 있는 부산의 한 변호사는 “대표이사가 되면 대출 시 반드시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 회사 기밀이나 비리를 알게 된 직원들을 대표직에 앉히면 빚보증으로 손발을 묶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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