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소나무만 20년 그린 화가 권경태 씨 4번째 개인전

  • 입력 2007년 9월 4일 06시 44분


속리산 자락의 정이품송에서는 기품과 품격이 묻어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속 소나무는 선비의 강직함과 의리의 상징이다. 안면도의 쭉쭉 뻗은 해송은 가난을 피해 일찍 도회지로 나가 성공한 둘째 아들 같다. 반면 선산의 등 굽은 소나무는 출세를 마다하고 고향을 지키며 부모를 모시는 장남의 모습이랄까. 그야말로 소나무는 ‘천(千)의 얼굴’을 지녔다.

화가 권경태(46·사진) 씨는 20여 년 동안 소나무만 그려 ‘소나무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동안 놓았던 붓을 4번째 개인전을 위해 다시 들었을 때에도 그의 화폭은 어느덧 다시 소나무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번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은 30여 점. 태백산과 계룡산, 지리산, 칠갑산, 설악산, 안면도 등지의 소나무와 산수(山水)가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거산준령(巨山峻嶺)의 소나무들보다 그의 고향(충남 부여)의 소나무가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松 고향 1’이란 작품 속의 소나무는 잎담배 건조실의 우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농민의 생업이 풍상에 시달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술평론가 유현주 씨는 “화선지 대신 필선이 살아나기 어려운 광목을 사용하면서 채색보다 먹의 농담(濃淡)으로 산수의 묘미를 살렸다”고 말했다.

권 씨는 목원대에서 동양화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150여 회의 국내외 전시에 참가했다. 현재 목원대 홍보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대전충남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은 7∼16일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 ‘성’에서 열린다. 042-486-8152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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