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한국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마치 ‘가갸거겨’를 외우듯 암기했던 조선시대 왕들의 즉위 순서다. ‘태정태세문단세’는 ‘한국사=암기’라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 같은 암기 위주의 한국사 공부 때문에 많은 학생이 한국사 공부에 등을 돌린 것도 사실이다.
최근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암기가 아닌 즐거운 한국사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도 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정규 교과과정에 한국사가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교과서가 아닌 재미있는 역사책을 통해 아이들이 한국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역사 이해력 수준부터 파악
역사 관련 독서에 앞서 초등학생들의 역사의식 발달단계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1, 2학년은 막연하게 옛것을 느끼는 단계다. 일반적인 발달단계에 비추어 볼 때 아직 자기중심적이어서 과거와 현재의 다른 점을 구별하는 것이 불명확하다. 그리고 독서력에 있어서도 이야기(동화적) 구조를 좋아하고, 아직 현실과 허구의 구별이 불가능하므로 의도적인 역사 학습을 하기에는 무리이다.
3학년은 옛것과 지금의 것을 구별하는 단계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자기 나름대로 설명할 수도 있다. 옛것과 지금의 것 사이의 ‘시간의 흐름’, ‘시간의 거리’를 느낄 뿐 인과관계 등의 분석을 하는 단계는 아니다. 3학년 사회 교과서를 보면 옛 물건과 그에 상응하는 지금의 물건을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학년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천을 이해하는 단계이다. 즉 역사의식의 전환기에 해당하는데, 이는 역사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극히 초보적인 역사 학습이 가능한 수준이지 역사 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연표 학습 활동과 같은, 현재에서 출발하여 과거로 소급되는 시간으로서의 역사로 접근하면 무난하다. 또한 독서력 발달 단계에 있어서 영웅적 무용적 이야기를 좋아하는 시기라는 점을 잘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5학년은 4학년보다는 변천 의식이 더욱 심화되고 변천의 역사성을 느끼는 단계다. 시간의 흐름을 종적으로 파악하여,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과관계를 초보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그리고 생활 주변의 문화 현상에 대한 역사적 흥미가 커지게 된다. 따라서 생활사 중심의 역사 교육이 적당하다.
6학년은 인과 의식이 점차 강화되는 단계이지만 여전히 시대사 중심의 역사 교육은 중학교 정도까지 기다려야 한다. 초보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으로 체계적인 역사 교육을 시작해도 무난한 시기다.
독서력 발달에 있어서 전기적 일화적 이야기를 좋아하는 시기이므로 인물을 시대와 관련지어 파악하게 하는 방식의 통사적 역사 교육이 적절하다.
○ 학년별로 적합한 역사책 고르려면
1, 2학년은 의도적인 역사 학습은 불가능하나 동화적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특징을 고려하여 역사책을 고른다. 전설이나 민담과 같은 옛이야기가 완성도 높은 그림책으로 많이 나와 있다.
3, 4학년은 ‘지금 나’의 위치에서 시작해 과거로 소급해 접근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해 영웅적이고 무용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그리고 우리 동네 문화재와 유적 알기 같은 향토사 자료를 적극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건국 신화를 꼽을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어린이가 읽기 쉽게 풀어 쓴 ‘삼국유사’나 ‘삼국사기’를 읽게 하는 것이 좋다. 또 문화재와 유적, 민속과 놀이 등을 매개로 한 역사책들은 역사 지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연계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있어서 이 시기의 어린이들이 쉽게 읽으며 지식과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5, 6학년은 통사(通史) 학습은 가능하나 ‘생활사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실수하지 않는다. 우리 역사의 시작부터 현대까지를 담고 있는 역사책을 읽힐 수 있는 때이다. 한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우리 역사 전체를 조망하는 방식도 좋다. 예를 들어 ‘도구로 보는 한국사’,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등이다. 이때 어떤 주제를 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겨 두는 것이 좋다.
(도움말=한우리 역사쏙쏙 논술통통)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한국사 시험 ‘초등생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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