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처장-고교 진학교사들이 말하는 ‘감점 답안’

  • 입력 2007년 9월 5일 02시 59분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모집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가 9등급제 상대평가로 바뀌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최저 학력 기준으로만 활용되기 때문에 논술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최근 각 대학 입학처장과 고교 진학 담당 교사들이 참여한 논술협의회를 만들고

‘논술교육 길라잡이Ⅱ’를 발간해 일선 고교에 배포하기로 했다. 이 책자를 통해 효과적인 논술 작성법을 살펴본다.

원문은 대교협 홈페이지(www.kcue.or.kr)에서 볼 수 있다.》

■ ‘붕어빵’ 답안

외운 ‘모범답안’에 끼워맞추기는 ‘0점’

논술은 수능과 학생부의 한계를 보완해 창의력과 논리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시험이다. 틀에 박힌 답안이나 유사한 논리를 적용해 천편일률적으로 작성된 논술은 감점 대상이다.

각 대학 교수진으로 구성된 채점자들은 학원에서 연습한 논술 답안과 학생이 창의적으로 생각한 답안을 거의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 학원에서 배운 대로 작성한 논술 답안은 특별히 뛰어난 경우가 아니면 점수를 제대로 받기 어렵다.

출처 불명의 제시문, 임의적으로 작성한 모범 답안, 구체적인 분석이 없는 상투적인 첨삭 지도는 ‘붕어빵 답안’을 만드는 주범이다. 매년 수만 장의 답안을 채점하는 대학에서 자기 것이 아닌 논술이 좋은 답안으로 통할 리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문계열은 국사 세계사 지리 일반사회, 자연계열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여러 교과에 대한 배경지식을 천천히 곱씹고 현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글로 표현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좋다.

■ ‘두루뭉수리’ 결론

논제 정확히 뜯어보고 ‘양시양비’식 결론 피해야

논술 주제는 흔히 복합적인 질문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답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묻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논술하라는 것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논술 문제의 물음표는 하나지만 사실상 질문은 여러 개다. 복합적인 질문을 다룰 때는 각각의 문제를 미리 분리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처벌은 교육적 효과가 있는가?’라는 문제가 나오면 먼저 △‘처벌’과 ‘교육적’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분석하고 △실제로 어떤 처벌 사례가 있는지 살펴본 뒤 △처벌의 교육적 효과에 관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

먼저 처벌의 전형적인 사례를 검토하자. ‘어떤 학생이 일부러 학교 유리창을 깨뜨렸고 매를 맞은 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례를 떠올리면 ‘처벌’과 ‘교육적’의 개념이 명확해진다.

그 다음엔 반대 사례와 모호한 사례를 떠올리고 원인을 살펴보자. 체벌을 받은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사례를 떠올리면 과도한 체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고, 반성문 쓰기나 봉사활동 등을 떠올리면 체벌의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이 같은 판단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세운 뒤 논술의 방향을 설정해야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글이 나온다.

‘교육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은 위험하다. 논술에서는 정답을 맞히지 못할까 봐 겁내지 말고 자신의 답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 ‘내맘대로’ 서술

제시된 제한 조건 꼼꼼히 살펴 표현하는 훈련을

논술에서는 ‘…를 중심으로’ ‘…의 편에 따라’ ‘반론을 반박하며’ ‘주변의 사례를 들어’ 등의 제한 조건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조건을 반드시 꼼꼼하게 따져 본 뒤 요구 조건에 맞춰 생각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또 논제에 관련된 정확한 지식과 풍부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평소 사회적 쟁점이나 근본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자료를 수집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사전이나 입문서를 이용하되 다른 분야와의 관련성과 실생활 적용 사례 등을 보완적으로 축적하면 같은 지식이라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자료들은 자료집이나 데이터베이스의 형태로 보관하기보다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숙지하는 것이 좋다.

강희돈 대교협 학사지원부장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을 두루 살펴야 한다”며 “내용과 표현의 정확성과 적절성을 높이기 위해 한 번 보고 들은 얘기를 여러 각도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2학기 수시 대학별 논술고사 일정과 출제 경향 분석 (서울 캠퍼스 기준)
대학전형 유형고사 일정시간 및 분량특징
서울대특기자전형 (인문)11월 29일180분, 1문제, 2500자 내외제시문 2개 이상, 1개의 논제 제시
고려대일반전형 (인문)11월 24일180분, 3문제, 1800자 내외언어·사회 통합논술로 한 지문으로 다른 지문 해설, 통계자료 분석 등
일반전형 (자연)11월 24일180분, 6문제 수리·과학 통합논술로 교과서 중심 출제, 6문제에 각 200자 내외 서술
연세대일반우수자 (인문)11월 24일180분, 3문제, 2600자 내외다면사고형 논술, 고전 중심, 통계자료 분석
일반우수자 (자연)11월 24일180분, 3문제다면사고형 논술, 수학 1문제. 과학 2문제
서강대학교장추천 (인문, 사회)10월 6, 7일150분, 3문제, 2500자 내외문학 관련 2문제, 사회 관련 1문제
학교장추천 (경제, 경영)10월 6, 7일150분, 3문제, 2500자 내외경영·경제 관련 2문제, 인문·사회 1문제
학교장추천 (자연)10월 6, 7일120분, 3문제수학, 과학 관련 2문제, 인문 관련 1문제(800∼1000자)
성균관대일반전형 (인문)11월 17일150분, 4문제, 2000자 내외제시문 요약, 관점 비교, 공통점과 차이점 서술
일반전형 (자연)11월 17일150분, 3문제, 각 2, 3개 소문항수학·과학 통합교과형 문항, 과학 교과서 제시문 중심으로 출제
경희대교과우수자1 (인문)10월 27, 28일150분, 3문제, 2500자 내외일반공통 논술은 고전 제시형, 계열별 논술은 인문·사회 통합교과형
교과우수자1 (자연)10월 27, 28일150분, 3문제일반공통 논술은 고전 제시형, 계열별 논술은 수학·과학 통합교과형
건국대일반전형 (인문)10월 13일180분, 3문제, 2000자 내외한 지문의 이해와 다른 지문의 분석, 문제해결방향에 대한 견해를 논술
일반전형 (자연)10월 13일180분, 3세트 10문항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을 통합출제, 3개의 제시문에 각 3, 4개의 문항
이화여대일반우수자 (인문)9월 16일150분, 7문제 내외언어논술 5문제, 통합논술(수리 포함) 2문제 내외
일반우수자 (자연)9월 16일150분, 7문제 내외언어논술 3문제, 통합논술(수리 포함) 4문제 내외
숙명여대학업능력 우수자(인문)10월 19, 20일150분, 5문제 내외공통문제 2, 3문항과 인문계열 문제 2, 3문항
학업능력 우수자(자연)10월 19, 20일150분, 5문제 내외 공통문제 2, 3문항과 자연계열 문제 2, 3문항

▼ 좌충우돌 논술 막는 답안 작성 순서▼

논술은 몇 가지 의견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배합해 완결성을 갖춘 글을 쓰는 것이다. 논술에 맞는 글쓰기 과정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무작정 글부터 써 내려가다 보면 논지가 흩어지거나 글 전체의 내용이 엉켜버릴 수 있고 단락 간의 연결이 어긋날 수도 있다.

【1】 개략적 줄거리 잡기 논술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개략적인 글의 줄거리를 잡아 봐야 한다. 주어진 질문과 관련된 몇 개의 논점을 정리하고,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을 것인지, 논점을 어느 수준에 맞춰 답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논제와 지문에서 ‘개념’이나 ‘정의’를 묻는 질문을 가려내고 문제가 될 개념과 분석해야 할 개념을 기록한다.

【2】 개념과 사례 정리하기 다음으로 전형적 사례와 반대 사례, 모호한 사례, 가상적 사례 등을 각 개념에 적용해 검토하고 특히 중요하게 보이는 논점을 간단히 적어 둔다. 문제의 개념에 대해 자문자답해 보자. 이를 위해 새로운 예를 만들어 보고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떠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질문을 다시 검토한 뒤 질문과 밀접하게 관련된 논점을 더 강조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비중을 줄이면 된다.

【3】 머릿속 토론 뒤 결론 맺기 머릿속으로 서로 다른 관점에서 대화와 토론을 시도해 보고 제시하려는 논점과 도달하고자 하는 결론을 적어 보자. 그 뒤에 논점을 가능한 한 서로 연결해 하나씩 제기하며 글을 써 내려가면 된다.

【4】 다시 읽으며 퇴고하기 마지막으로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분명하지 않게 쓰인 부분, 어문 규정에 어긋난 대목을 고치면서 전체적으로 퇴고(推敲)를 하면 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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