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침묵으로 질책”…민노총 고위 간부의 ‘민노총 비판’

  • 입력 2007년 9월 5일 03시 00분


민주노총 고위 간부가 “한국의 진보적 노동운동은 대중들의 ‘침묵’이라는 반란에 직면해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 대중의 침묵은 ‘내부 정치 논리의 과잉’과 지도부의 의지 부족을 질책하는 것이라고 분석해 주목된다.

한국의 강경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투쟁 방식 등에 대해 외부의 비판은 많았지만, 내부에서 이런 ‘자기비판’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87 노동자 대투쟁 2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차례 이상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대중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지도부의 의지가 부족했거나 지나친 내부 정치 논리의 과잉에 대한 대중의 소리 없는 질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진보적 노동운동’은 광복 이후 형성된 사회 정치적 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으며, 그 틀을 넘어서는 운동은 내용 없는 담론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원장은 “과거 20여 년간 노동운동이 지향해 온 평등세상, 해방세상의 이념은 사회주의 몰락 이후 공허한 구호가 됐으나 조합원들의 교육이나 의식화 사업은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비(非)정규직 등 민주노총의 연대 총파업 투쟁은 중간 간부들을 설득하지 못해 행동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조합원들에게 다가가는 데에도 실패했다”며 “노동운동이 제도적 권력을 갖게 되자 노사 간 담합 구조와 여러 가지 이해관계도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이 연구원장의 발표 내용에 대해 “민주노총의 공식 견해가 아니며, 조직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이뤄진 토론 중 일부였다”고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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