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멧돼지 잡는 건 우리가 제일”

  • 입력 2007년 9월 5일 03시 00분


지난달 31일 오전 멧돼지에게 짓밟혀 쑥대밭으로 변한 경기 양주시의 한 옥수수 밭에서 대한수렵관리협회 회원들이 멧돼지의 흔적을 찾으며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멧돼지에게 짓밟혀 쑥대밭으로 변한 경기 양주시의 한 옥수수 밭에서 대한수렵관리협회 회원들이 멧돼지의 흔적을 찾으며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3300m² 크기의 옥수수 밭.

멀쩡하게 서 있는 옥수숫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참히 짓밟혀 있었다. 멧돼지 떼가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대한수렵관리협회 양주시지회 회원 3명이 신고를 받고 이곳에 출동했다. 쓰러진 옥수숫대 속에서도 이들은 멧돼지들의 행적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멧돼지들은 옥수수 알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이 먹어 치웠다. 배설물도 발견됐다.

마을 주민 고석환(67) 씨는 “산자락 쪽의 고구마, 옥수수 밭은 죄다 망가졌다”며 “3∼4년 전부터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한두 마리가 아니어서 손쓸 방법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수렵관리협회에 따르면 2003년 전국에서 까치 때문에 발생한 재산 피해는 63억여 원으로 멧돼지에 의한 재산 피해 51억여 원보다 많았다. 그러나 2004년 멧돼지 때문에 생긴 피해액은 82억여 원으로 까치(피해액 52억여 원)를 제치고 인간에게 가장 유해한 동물이 됐다.

개체수가 늘어난 멧돼지는 농작물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에까지 수시로 출몰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등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수렵관리협회는 서울 인천 등 대도시에도 유해동물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렵관리협회 회원들은 5연발 엽총을 들고 3∼5명씩 멧돼지가 출몰하는 심야에 길목을 지키다 사살하는 방법을 쓴다. 포획에 성공하면 수렵관리협회 회원들은 멧돼지 출몰 지역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잡힌 멧돼지 고기로 잔치를 열어 포획작전을 마무리한다.

양주시지회 최종설(45) 지회장은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특전사를 동원한 멧돼지 포획 논란’과 관련해 “특전사는 ‘전투’의 전문가지만, 우리는 멧돼지의 습성을 아는 멧돼지 전문가”라며 “농민 피해에 대한 관심은 고맙지만 특전사와 우리가 할 일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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