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0부(수석부장판사 이재홍)는 6일 열린 정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정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사회공헌 약속을 강제하기 위해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약속한 1년에 1200억 원씩 7년 간 84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6개월 내에 국내 일간지와 경영전문 잡지에 준법경영을 주제로 각 1회 이상 기고하고 △6개월 내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 또는 경제인들에게 준법경영을 주제로 합계 2시간 이상 강연하는 등 3가지 사회봉사를 정 회장에게 명령했다. 기고와 강연을 하라는 사회봉사 명령주문은 처음이다. 정 회장이 이 명령을 어기면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다.
재판부는 "과거 기업들 사이에 비자금 조성의 관행이 있었고 정 회장이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부분이 적은 점, 피해액 대부분을 회복한 점에 비춰 볼 때 1심의 형량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정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공소사실 중 특경가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으나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농협은 정부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정부관리기업체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뇌물죄를 농협중앙회장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김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도 무죄"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현대우주항공과 현대강관 유상증자 과정의 배임, 계열사 채권거래 및 본텍 유상증자 과정의 배임 등 정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한편 이날 이 수석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어떻게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비판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토론했다"며 "법원이 사회 지도층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하다는 비판 여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번 판결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경실련 반응 엇갈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재벌총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비판한 반면 경실련은 "법적 책임과 국가경제에 대한 공헌도를 감안한 균형있는 판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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