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이 사회 지도층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하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정 회장에게 내린 사회봉사 명령의 의미를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수석부장판사 이재홍)는 이날 정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사회봉사 명령을 함께 내린 뒤 “재판부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구성원으로서 한국 경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대차가 부도가 난다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판단해 일부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서도 실형 선고보다는 사회봉사 명령을 대안으로 택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어떻게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비판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토론했다”며 “법원이 사회 지도층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하다는 비판 여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번 판결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과거 기업들 사이에 비자금 조성의 관행이 있었고 정 회장이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부분이 적은 점과 피해액 대부분을 회복한 점에 비춰 볼 때 1심의 형량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정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그동안의 관행에서 사법부가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정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 경영과 한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법적 책임과 국가경제에 대한 공헌도를 감안한 균형 있는 판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농협은 정부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정부관리기업체로 볼 수 없다”며 김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는 무죄”라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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