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씨 담보 땅 감정도 없이 2650억 대출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 금융기관 상식 밖 심사

은행들이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41) 씨에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하면서 토지 감정을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김 씨가 담보가치를 크게 웃도는 금액을 대출 받은 뒤 이를 대부분 비자금으로 전용(轉用)했다는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부실 감정에 거액 대출=6일 부산의 건설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연산8동 아파트 개발사업과 관련해 2650억 원을 I사에 대출해 주면서 토지 담보가치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를 하지 않았다.

민락동 유원지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5월 김 씨가 설립한 S사에 680억 원을 대출해 준 부산은행은 감정을 하긴 했지만 최종 대출 규모는 개발가치만을 근거로 산정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I사가 토지를 사면서 땅주인들에게 지급한 대금이 공시지가의 평균 2.5배 수준이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I기업이 과도하게 지급한 땅값을 토지가치로 인정하고 전체 대출금을 산정한 데 대해 우리은행은 “전체 사업성을 좋게 봤기 때문에 공시지가와 매입가의 차이를 대략 살펴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의 한 건설 시행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분양수익을 최대한 높게 잡아도 전체 대출이 2000억 원을 넘기 힘든데 2650억 원이나 대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가 설립한 S기업이 추진하는 민락동 유원지 재개발사업에 대해 부산은행이 680억 원을 대출할 때도 토지감정가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부산은행은 “감정을 하긴 했지만 전체 사업성을 보고 한 대출인 만큼 감정가 수준을 고려해 대출 규모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보증 심사도 부실=은행 대출 전에 이루어진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 심사도 터무니없이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2002년 3월부터 2007년까지 기보와 신보에서 62억 원의 대출보증을 받았다.

거액의 공공 기금을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위조 공사계약서와 위조 재무제표 등이었다.

김 씨는 D건설, H중공업 등 대형 건설사 등과 각종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자신이 실소유주인 H사와 J사의 실적을 매우 우수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위조한 공사계약서는 수사 검사들도 놀랄 만큼 매우 조악한 수준”이라며 “기보와 신보의 대출 담당자가 김 씨가 공사계약을 체결했다고 계약서를 위조한 상대 회사에 확인 전화 한 통만 걸었어도 김 씨의 사기 및 횡령 행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허술한 심사로 공공기금이 수십억 원의 보증을 해 준 것에 대해 보증 심사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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