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혼모의 현실을 살펴보자. 다음 자료들은 여성가족부가 2005년 8월 전국 미혼모시설 11곳에 입소한 미혼모 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미혼모의 연령층을 보면 16∼25세가 많고, 고졸 이상이 64.7%로 결코 낮은 학력도 아니다(<표1, 2> 참조). 미혼모의 임신 이유를 살펴보면 ‘교제 중 원치 않게 임신’한 경우가 가장 높고, ‘피임에 실패해서’가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표3> 참조). 미혼모 대부분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지만 피임을 하지 않았거나 피임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임신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미혼모는 순결을 강조하고, 사실혼보다 법률혼을 인정하는 우리 사회에서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혼모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61.8%가 ‘인정할 수 없다’고 답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6개국 중 5위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미혼모를 인정할 수 있다는 사람은 3.5%로 36개국 중 35위를 했다(<표4> 참조).
언뜻 ‘혼전 임신을 했으면 낙태를 했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낙태가 금지돼 있다. 이런 현실에서 혼전 임신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미혼모가 되거나 불법 낙태를 해야 한다. 미혼모가 되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현실과 따가운 시선에 직면하고, 낙태를 하게 되면 법을 어기고 생명을 죽인 범법자가 된다. 이처럼 미혼모는 도덕적이고 현실적인 딜레마에 빠진 사회적 약자다.
물론 개인의 실수이니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결혼 전에 임신을 안 하면 된다. 그러나 임신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와 국가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미혼모에 대한 방치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동학대와 같은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안정되지 못한 부모들은 아동양육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 또는 이웃이 주위에 없다. 이 때문에 아동의 행동이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아동을 학대할 수 있다.
입양 대상 아동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2006년 국내·해외 입양아 3231명 가운데 미혼모 아동이 2197명으로 68%를 차지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도 미혼모 중 68.3%가 입양을 선택했다(<표5> 참조). 이유는 경제적인 능력 부족과 아기의 장래 때문이다. 비록 학력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미혼인 생태에 자녀가 있다는 것은 사회 진출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표1> 연령별 현황 계 15세 이하 16∼20세 21∼25세 26∼30세 31∼35세 36세 이상 238(명) 4 75 109 34 13 3 100(%) 1.7% 31.5% 45.8% 14.3% 5.5% 1.2% <표2> 최종학력 계 초졸 이하 중퇴 중졸 고퇴 고졸 대재 이상 232(명) 5 12 21 44 109 41 100(%) 2.1% 5.2% 9.0% 19.0% 47.0% 17.7% <표3> 임신 이유 계 아기를 갖기 위하여 피임 실패 교제 중 원치 않게 임신 성폭행을 당해서 직업상 기타 238(명) 18 38 157 9 2 14 100(%) 7.5% 16.0 66.0% 3.8% 0.8% 5.9% <표5> 출산 후 아기 문제 계 입양 양육 230(명) 157 73 100(%) 68.3% 31.7% <표6> 아기를 양육할 수 없는 이유 계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주위의 시선때문에 아기의 장래를 위해서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직장(학교)을 계속 다녀야 하므로 아기에게 애착이 없어서 아기부와 결혼할 여건이 안되므로 가족들의반대 157(명) 66 6 32 17 13 1 10 12 100(%) 42.0% 3.8% 20.4% 10.8% 8.3% 0.6% 6.4% 7.7% 자료: 여성가족부 ‘미혼모 현황 및 욕구 조사 결과’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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