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카야(선술집), 라멘 가게, 초밥집, 다코야키(문어를 넣은 풀빵)를 파는 노점상들….
일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거리 풍경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1동(동부이촌동)의 일본인 마을은 1000명 넘는 일본인이 거주해 ‘리틀 도쿄’로 불리지만 일본의 거리 모습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40년 넘은 외국인촌답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일본인들의 삶을 발견하게 된다.
○ 40년 넘은 이촌동 일본인 마을
동부이촌동의 일본인 마을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생겨났다.
한국에 중장기적으로 머무는 일본인들은 한강변에 위치해 환경이 쾌적하고 교통이 편리한 이곳에 모여 들어 지금까지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다.
2006년 말 현재 1324명의 일본인이 한가람아파트 등 이 주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대다수가 상사 주재원,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차를 타고 지나서는 ‘일본 분위기’를 확인하기 어렵다.
걸어서 골목길을 다녀 보면 ‘일본어 상담 가능’ 등의 문구를 적어 놓은 일본인 대상 부동산중개업소, 일본어를 병기한 안내표지판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선술집(아지겐)이나 우동집(미타니야) 등에서도 일본인 거주촌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일본식 ‘조용함’ 가득한 동네
평일 오전 7시와 오후 2시. 이 동네에서 일본인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시간대다.
일본인 학부모들은 오전 7시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일본인 학교에 아이들을 태워 보내고 오후 2시경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학교버스 정류장에 속속 모인다.
이때 서로 얘기를 나누며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교환한다.
같은 나라 사람이 모여 살지만 동부이촌동에는 일본인 자치공동체가 없다.
5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주부 나카히라 노부에 씨는 “많은 일본인이 회사도 같고 학교도 같아 특별히 자치단체를 만들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생활 반경이 겹치기 때문에 행동을 할 때 더 조심해야 하는 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많은 일본인이 사는 만큼 일본어가 통용되는 곳이 많다.
일본인 어린이만 다니는 유치원이 있고 일본어로 예배를 보는 교회도 있다. 부동산과 약국, 동네 병원, 은행 등에서도 일본어가 통한다.
○ 일본 어린이들도 태권도 배워
한국 학부모와 마찬가지로 일본 학부모들도 교육열이 높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 자녀들에게 공부 외에 운동 등 과외활동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특이한 것 중 하나는 많은 일본 어린이가 한국 무예인 태권도를 배운다는 것.
동부이촌동에서 30년째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열 한강스포츠짐 관장은 “50명 정도의 일본 어린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면서 “많을 때는 100명 가까운 일본 어린이가 도장을 다닌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일본 학부모들을 만나며 그들의 ‘개방적 교육관’에 놀랐다고 했다.
이 도장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매일 훈련에 들어가기 전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로 시작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복창한다. 모든 일본 학부모가 그 뜻을 알고 있지만 ‘교육의 과정’이라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고 한다.
○ 일본 주부들 “한국 물가 일본보다 비싸요”
이곳에 사는 일본인들의 생활은 무척 검소한 편.
한 부동산중개업소 직원은 “이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는 젊은 여성은 십중팔구 일본인, 고급 승용차를 탄 여성은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낮은 원-엔 환율(원화 가치 강세)로 비싸진 한국 물가를 이 지역에 사는 일본인 주부들도 실감하고 있었다. 많은 일본인 주부가 부촌(富村)인 동부이촌동의 물가가 부담스러워 이 주변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대신 남대문시장 등에서 쇼핑을 한다.
일본 식품 전문점 모노마트의 직원 이마무라 준코 씨는 “교통비 등은 일본에 비해 한국이 많이 싼 편이지만 외식비, 고기 값 등은 한국이 비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부 나카히라 씨도 “5년 전만 해도 한국 물가가 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생활비가 역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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