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알려진 이 편지 내용은 김영삼 정부 시절 국방사업인 '백두사업' 추진 과정에서 재미 로비스트 린다 김(54·한국명·김귀옥)이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층 인사를 상대로 '애정 로비'를 벌인 의혹의 진원지였다.
당시 이 전 장관 등이 린다 김과 주고받은 '애정 어린'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관계 고위층과 이 여성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
린다 김은 당시 이 장관 이외에 황명수 전 국회 국방위원장, 정종택 전 환경부장관, 금진호 당시 신한국당 의원, 최동규 전 동력자부장관 등과도 수시로 편지와 전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996년 이 전 장관은 국방부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의 납품업체가 최종적으로 선정되기 3개월 전 학교 선배인 정종택 전 의원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났다.
린다 김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이 전 장관은 만난지 한 달 만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 전 장관은 2000년 린다 김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일자 "1996년 린다 김과 서울의 호텔에서 두 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6년 6월 린다 김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던 E-시스템사는 응찰업체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으나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전 장관은 같은해 10월 대우중공업으로부터 경전투헬기사업과 관련해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린다 김은 2000년 10월 백두사업 관련 항소심에서 군사기밀을 빼내고, 백두사업 총괄팀장에게 1000만 원을 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미국으로 출국함으로써 사건은 종결됐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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