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협력해서 아이를 기른다. 이혼한 아버지도 자녀 부양 책임을 나눠진다. 하지만 오랑우탄 기린 등 다른 포유류나 곤충 등이 말을 한다면 “아버지에게도 양육 의무를 지우는 인간의 제도는 웃긴다”고 할지 모른다. 이들 동물 세계에서 거의 모든 수컷은 교미가 끝나자마자 그 암컷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기 바쁘다.
▷이런 난교(亂交) 상황에서는 간통죄가 성립할 수 없다. 고정된 배우자가 있을 경우에만 배신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간통이 문제되는 동물은 성적(性的)으로 가장 정숙한 종’이라고 뒤집어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사람뿐 아니라 긴팔원숭이, 알락딱새 등 일부일처제를 택한 동물들은 기회만 생기면 간통을 시도한다. 생물학자들은 다음처럼 해석한다. ‘고정된 짝을 이룬 암수 사이에도 서로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려는 경쟁과 속임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 같은 짝짓기 전략이 진화한 결과가 간통 및 그에 대한 방어기제인 질투와 감시다.’ 이쯤 되면 간통은 동물의 유전적 본성이라 할 만하다.
▷한 판사가 헌법재판소에 간통죄에 대해 위헌 심사를 청구하면서 간통죄 존폐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간통죄 조항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며, 국가의 형벌권이 이불 속까지 규율하면 안 된다’는 게 청구 이유다. 간통죄로 고소당하는 아내가 늘어나면서 여성계에서도 간통죄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작아졌다. 물론 간통죄가 폐지돼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해도 도덕적 민사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