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북]“대전시-충북도 금고를 잡아라”

  • 입력 2007년 9월 11일 06시 23분


“금고를 유치하지 못하면 그 날짜로 회사를 그만둔다는 각오를 하라.”

올해 말 계약이 끝나는 대전시와 충북도의 금고 재선정을 앞두고 한 시중 은행장이 한 말이라고 한다.

대전시, 충북도의 금고 선정이 11월 말로 다가오면서 은행장까지 직접 유치전에 나서는 등 은행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황금알을 넘어 그 이상=대전시금고의 경우 그동안 하나은행이 맡아 왔으나 농협,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도전장을 냈다. 충북도금고는 지난 2년 동안 운영해 온 농협이 수성에 나선 가운데 신한, 우리, 하나은행이 도전에 나섰다.

이들 기관이 금고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막대한 수익과 지역 대표은행이라는 상징성 때문.

대전시 예산은 2조6000억 원(일반회계 1조6000억 원, 특별회계 6900억 원, 기금 2800억 원 등), 충북도는 2조2500억 원(일반 1조9000억 원, 특별회계 2200억 원, 기금 1300억 원 등)에 달한다. 이들 예산을 관리할 경우 평잔(평균 잔액) 3500억∼4000억 원을 유지할 수 있어 운용 수익이 짭짤하다.

또 시도 금고를 운영하는 은행이라는 점을 내세워 다각도로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은행장까지 총출동=올해 초부터 시작된 은행들의 유치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각종 지역 사업에 기금을 내놓는가 하면 자사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홍보하고 물밑 로비전도 전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나무심기, 자전거 도로 건설, 시티즌 운영 등 대전시의 크고 작은 사업에 2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우리은행 등도 대전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로봇랜드 유치전에 적극 공조하고 있다. 농협은 ‘민족성’과 다점포에 따른 주민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은행장은 직접 대전, 충북지역을 방문해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자은행의 유치단에도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 아예 만나지 마라”=은행들의 물밑 경쟁이 가열되자 해당 시도는 ‘금고 지정 운영에 관한 조례 또는 규칙’을 정하는 등 투명성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전시와 충북도는 지난달 행정자치부의 자치단체 금고 지정 예규를 기준으로 △신용도·재무구조안정성(35점) △예금·대출금리(18점) △주민이용편의성(19점) △금고관리능력(18점) △지역사회기여 및 협력 능력(10점) 등 항목별 평가치를 정했다.

그러나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분야에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서 대책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최근 모든 간부에게 은행 관계자와의 접촉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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