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 씨를 긴급 체포한 6일을 전후해 정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의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물 10여 명의 금융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계좌 추적을 진행해 온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날 부산지검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 관련 금융 계좌 압수수색에 대해 “포괄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로비를 시도하고 금품을 건넸을 경우 돈이 흘러 들어간 입구는 반드시 정 전 비서관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산지검에 파견된 대검 계좌추적팀은 연제구 연산8동 아파트개발사업 시공사가 선정된 지난해 6월 이후와 김 씨가 정상곤(53)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지난해 8월 말 전후를 중심으로 김 씨 및 정 전 비서관 등과 관련한 자금 흐름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뭉치를 가방에 넣어 뇌물을 건네는 김 씨의 뇌물 전달 특성을 고려할 때 자금의 흐름이 상당히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의 계좌 추적도 전방위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정 전 비서관과 그 주변으로 계좌 추적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은 로비 정황에 대한 김 씨의 새로운 진술 등 더욱 확실한 근거를 기초로 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씨의 한 측근이 이날 검찰 수사에 임하고 있는 김 씨의 최근 심경에 대해 “지금 굉장히 심리적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정 전 비서관 및 주변 인물들의 금융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과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김 씨의 추가 진술이 앞으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도 “김 씨가 금품 로비와 관련해 추가 진술을 내놓을지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부산 수영구 민락동 유원지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김 씨가 부산은행에서 680억 원의 대출을 받기 위해 내세운 보증인 중에 김 씨의 운전사가 포함되는 등 보증이 부실하게 이뤄졌는데도 대출이 이뤄진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 씨가 내세운 연대보증인들에는 김 씨와 김 씨의 운전사, 김 씨의 부하직원, 김 씨 회사인 I사가 포함됐다. 연대보증인 공동명의의 보증금 50억 원도 김 씨가 혼자 부담했다.
결국 부산은행은 김 씨의 보증만 믿고 김 씨 회사와 680억 원의 대출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외압이나 은행 내부 인사의 도움 없이는 이 같은 대출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간부급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대출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은행 최고위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편 김 씨는 최근 검찰 조사 중 변호인 입회하에 민락동과 연산8동 개발사업 시행권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락동 개발 용지 채권자는 부산은행이며 연산동 사업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시행권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정씨 겸임교수 임용 배경 의혹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 씨와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신라대 겸임교수로 임용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 정홍섭(60) 신라대 총장도 노무현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여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하다.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의 막내딸(26)은 신라중학교 박모(지난해 9월 퇴직) 교장의 아들(34)과 결혼했다.
정 전 비서관이 강의를 맡은 신라대와 신라중은 학교법인 박영학원 소속이다. 박 교장은 박해곤 법인 이사장과 사촌 사이여서 결국 노 대통령 집안과 사돈관계인 셈이다.
정 총장은 노건평 씨 딸의 결혼식 주례를 섰고 부산 지역의 ‘친노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6월에는 부산참여정부평가포럼의 창립 대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신라대가 잘 알려진 대학이 아닌데도 정 총장이 2월 교육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된 배경에 대해 교육계에서 뒷말이 많았다. 1964년 부산여자초급대학으로 출발한 신라대는 1997년 부산여대에서 현재의 교명으로 바꿨다.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의 전공과 연관이 없는 국제관계학과 겸임교수를 맡게 된 데는 이런 배경들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11일 신라대에서 국제관계학과 4학년생을 대상으로 ‘동북아 정세 세미나’ 과목의 강의를 진행했다.
정 전 비서관은 부산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제정책을 전공하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공공정책학과를 졸업했으나 강의 주제인 동북아 정세와는 거리가 멀다.
신라대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7월 대학 선배인 국제관계학과 강경태 교수로부터 처음 겸임교수 제의를 받았다. 6월 강 교수가 다시 겸임교수 직을 제의하자 7월 초 정 전 비서관이 이를 받아들였고 학과 회의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8월 27일 겸임교수로 임용됐다는 것.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겸임교수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공은 큰 관계가 없다”며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경험을 가진 분이 동아시아 정세 강의에 어울린다고 판단해 추천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정 전 비서관은 비리 의혹이 제기된 뒤 출강 여부를 고민했지만 최근에는 떳떳한 만큼 약속된 강의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인 것으로 들었다”며 “주 3시간 강의하고 월 35만 원 정도 받는데 무슨 특혜냐”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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