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총장은 또 그동안 자신의 주장을 뒤엎고 검찰 조사에서 신 씨 임용과정에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추천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신 씨와 홍 전 총장은 ‘이웃사촌’=동국대 총장에서 물러난 올해 1월 홍 전 총장은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2단지 오피스텔을 빌려 개인 사무실로 사용해 왔다.
같은 시기 신 씨 역시 이 오피스텔 3단지를 월세로 빌려 7월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2단지와 3단지는 10m 폭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홍 전 총장의 동국대 국문과 제자인 A 씨는 12일 “홍 전 총장은 이 오피스텔을 집필실 겸 사무실로 사용했다”며 “시내에 사무실을 얻기 위해 퇴임 전부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국대 교수인 B 씨 역시 “홍 전 총장은 ‘집에서 사람들을 만나기가 불편하다’며 여의도 집이 아닌 오피스텔에서 손님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홍 전 총장의 부인 김모(59) 씨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 말 남편 명의로 전세금 7000만 원에 오피스텔을 얻어 둘째딸(32)이 살았고, 남편은 낮에만 가끔 사용했다”며 “신 씨가 같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부부 모두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변 전 실장 개입 사실 인정=홍 전 총장은 10일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그동안 해 온 주장과는 달리 “변 전 실장이 ‘예일대 후배인데 유능한 큐레이터’라며 신 씨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홍 전 총장은 신 씨의 학력 위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신 씨의 채용과 관련해 어떠한 외압이나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왔다.
7월에는 ‘동국가족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신 씨 파문은) 은밀하고 부도덕한 거래가 개입된 채용 비리가 결코 아니며 우리 대학과 본인은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언론을 피해 자택과 오피스텔에도 묵지 않고 잠적했던 홍 전 총장은 10일 검찰조사가 끝난 직후부터 다시 잠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변씨 장관시절 홍前총장 제자 보좌관 기용
신씨 교수추천 직전… ‘자리 주고받기’ 의혹▼
더욱이 신 씨를 임용한 홍기삼 당시 동국대 총장이 변 전 실장에게 자신의 제자를 공직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이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 ‘자리 만들기 품앗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의혹투성이인 신 씨 교수 임용 과정=홍 전 총장은 10일 검찰 조사에서 “2005년 8월 대학원 미술사학과 신임교수 임용 당시 변 전 실장이 ‘예일대 후배인데 유능한 큐레이터’라며 신 씨를 추천했다”라고 말했다.
신 씨가 혼자의 힘으로 교수가 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추천을 넘어 ‘압력’을 행사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실제 신 씨의 교수 임용 과정은 의혹투성이다. 당시 미술사학과는 불교미술사 전공자를 원했지만 신 씨의 ‘허위’ 전공은 서양미술사여서 해당 학과 교수들의 반대가 심했다.
특별채용은 통상 해당 학과에서 먼저 특정인의 교수 임용을 요청하는데, 신 씨의 경우 홍 전 총장이 학과장을 불러 사전에 신 씨의 채용을 건의한 점도 이례적이다.
해당 학과 교수들이 신 씨 학력의 허위 가능성을 제기하자 교수 임용 직후 신 씨가 사직서를 냈지만 홍 전 총장은 그의 사직을 반려하고 휴직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더욱이 홍 전 총장은 6개월 만에 신 씨를 대학원이 아닌 교양교육원 교수로 보직을 바꿔 복직시켰다.
동국대 관계자는 “휴직 처리나 보직 변경은 모두 총장의 전권”이라며 “사직서를 낸 사람을 휴직 처리한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보직 변경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홍 전 총장도 변 전 실장에게 제자 추천?=변 전 실장이 신 씨를 홍 전 총장에게 추천하기에 앞서 홍 전 총장도 자신의 제자를 변 전 실장에게 추천해 공직에 진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실장은 자신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5년 4월 동국대 국문과 출신인 소설가 이모(44) 씨를 장관정책보좌관(4급 계약직)으로 임명했다.
1985년 한 문예지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 씨는 변 전 실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인 지난해 6월까지 변 전 실장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이 씨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획예산처 비서실에서 (먼저) 이력서를 내 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홍 전 총장이 변 전 실장에게) 부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직 경험이 없고 정치권 출신도 아닌 이 씨는 주로 보도자료 작성이나 연설 준비 등의 업무를 맡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이면계약’이 있나=독실한 불교신자인 변 전 실장과 홍 전 총장은 2004년 6월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논강 준비모임 공동대표를 맡는 등 가깝게 지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개인적 인연을 넘어 서로의 ‘민원’을 거절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점도 남는다.
무엇보다 홍 전 총장이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이었던 변 전 실장에게서 신 씨 교수 임용의 반대급부로 국가 예산 지원을 약속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한 해 200조 원에 이르는 국가 예산의 배정권을 쥐고 정부 부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획예산처 장관의 ‘한마디’를 그냥 넘기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임용 대가로 불교계나 동국대에 예산을 편법적으로 지원했다면 직권남용 등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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