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청와대 한번 방문”… 靑 “변양균 집무실 등 두번 왔다”

  • 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가짜 박사학위 파문 이후 미국에 도피 중인 신정아 씨가 9일 국내 언론에 전화를 걸어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과의 관계, 자신이 쓰고 다니는 돈의 출처, 가짜 학위 등에 관해 장황하게 해명했다. 검찰 수사로 변 전 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기 하루 전인 이날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 씨는 변 전 실장과의 ‘특수 관계’를 부인하는 등 변명과 거짓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신 씨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유력 인사들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신 씨의 주장을 쟁점별로 점검해 본다.》

신정아씨 9일 통화 내용서 드러난 거짓말들

신 씨는 “난 변 실장을 잘 모른다. 변 실장은 전시장에 몇 번 왔다 갔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과 대수롭지 않은 사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 씨의 컴퓨터에서는 동국대 교수에 임용된 2005년 9월 이전부터 변 전 실장과 각별한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100여 통의 e메일이 발견됐다. 변 전 실장도 청와대 자체 조사 때 신 씨와 ‘가까운 사이’라고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e메일 내용에 대해 “연인 관계인 사람들이 주고받을 법한 ‘낯 뜨거운’ 내용이 있다”며 “부적절한 관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 씨가 살던 오피스텔과 변 전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머물러 온 호텔급 레지던스는 800m 거리로 불과 10분이면 닿을 위치에 있다.

신 씨는 “청와대에는 L 여비서관이 한번 구경 오라고 해서 간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확인 결과 신 씨는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 대통령비서실을 방문했다. 더구나 이 중 한 번은 변 전 실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신 씨는 또 “분명히 2005년 5월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았다. 10만 달러를 들여서 변호사 2명과 사립탐정 3명을 고용해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을 도와준 가정교사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일대는 6월 신 씨가 박사학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확인한 바 있다.

신 씨는 캔자스대도 졸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것도 확인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신 씨는 “침대 밑에 빳빳한 100만 원짜리가 가득 담겨 있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검찰은 신 씨의 오피스텔 압수 수색 당시 침대 밑에서 돈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요인사 관련 신씨 주장과 당사자 해명

○盧대통령-권양숙 여사 본 적 없다

권 여사 “예술계와 교류 전무”

신 씨는 가짜 학위 비호 파문에 변 전 실장을 뛰어넘은 ‘윗선’이 개입됐는지 모른다는 세간의 의혹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나 권양숙 여사를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권 여사 역시 이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도서관 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아는 바가 없다”며 ‘윗선’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권 여사는 “이번 사건에 변 실장이 연루돼 대통령이나 저나 곤혹스럽다”며 “윗선이라는 말이 나오기에 대통령과 제가 ‘윗선이 누구지?’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대통령이나 저나 중앙 정치의 이단적인 존재라 인맥이나 인연이 일천하며 특히 문화예술계와는 교류를 할 기회가 전무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봉하마을에 그림 안 넣어

靑 “그림 대여해서 전시한다”

신 씨는 청와대가 자신을 통해 그림을 구입했다는 항간의 의혹을 부인하며 “청와대에 있는 그림을 한 번 체크해 봐라.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집무실과 영빈관에 걸린 그림은 청와대 전담 큐레이터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정기적으로 대여해 전시한다고 밝혔다.

물론 예외적으로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노 대통령의 지시로 2006년 초 사들인 전혁림(93) 화백의 길이 7m, 높이 2.8m의 1000호짜리 초대형 그림 ‘통영항’이 대표적인 예다.

신 씨가 노 대통령이 퇴임하면 살게 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그림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신 씨와 청와대는 모두 부인했다. 천 대변인은 “봉하마을이 그림을 구입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해찬 총리 미술관서 본 적 있다

李 전총리 “일면식도 없었다”

신 씨는 “(내가 큐레이터로 있던 성곡미술관에서) 아프리카 전시회를 할 때 이해찬 전 총리가 왔다고 C 씨와 미술관 사람들이 난리를 쳐서 내려가 봤다. 이 전 총리는 아마 내 얼굴 기억도 못할 거다”라고 말했다.

신 씨가 거론한 전시기획자 C 씨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리는 당시 별도의 연락 없이 수행원들과 함께 왔으며 20∼30분간 전시작들을 둘러봤다”고 말했다.오프닝 행사 때 외빈 자격으로 온 게 아니고 개인적 관람이었다는 것. C 씨는 “신 씨가 인사를 하러 왔기에 이 전 총리에게 소개했다. 의례적인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C 씨는 “이 전 총리는 아프리카 미술에 관심이 많아 그날 전시회 관람 후 작품 2점을 구입했다”며 “내가 직접 관악구 신림동 자택으로 배달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국조실 사람들 다 미술관 왔다

고위 인사들 “방문한 적 없다”

신 씨는 “(변 전 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라면 난 수도 없이 많다”며 “성곡미술관 옆에 한정식 집이 많지 않나. (고위직들이) 거기서 밥 먹고 미술관에 많이 들렀다. 국무조정실 사람들도 다 왔다 갔다”고 말했다.

성곡미술관은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어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종종 찾는다.

그러나 국조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인사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이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청사 주변의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가는 경우가 종종 있을 뿐”이라고 했다.

국조실을 거쳤거나 국조실에 근무하고 있는 차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들은 모두 “성곡미술관에 간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운찬 총장, 서울대미술관장 제의

鄭 전총장 “전혀 사실 아니다”

신 씨는 평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게서 초대 서울대 미술관장직을 제의 받았으나 본인이 가는 대신 C 교수를 추천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몹시 불쾌해했다.

정 전 총장이 삼성그룹에서 200억 원을 기부 받아 설립된 서울대미술관에 대해 각별한 책임감과 관심을 갖고 미술관장감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미술계 몇몇 인사가 신 씨에게도 한 번 물어 보라고 해서 만났을 뿐이라는 것이 정 전 총장 측 인사들의 얘기다. 이 자리에서 신 씨는 서울대 정모 교수를 추천했고 정 전 총장은 감사의 뜻으로 신 씨를 저녁식사에 한 차례 초청했을 뿐인데 신 씨가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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