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찍었나?=문화일보의 보도 직후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신 씨가 기획한 전시에 참여하거나 평소 친밀했던 것으로 알려진 원로 작가들이 거론됐다. 증권가 정보지에서는 한 원로 작가의 이름이 나돌기도 했으나 당사자들은 모두 어이없어했다.
한 원로 작가의 부인은 “신 씨를 만난 적도 없고, 성곡미술관에서 여는 그룹전에도 참가한 적 없다”며 “사진을 유출한 사람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소문을 퍼뜨리는 모양인데, 알면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
다른 작가는 “신 씨와 친했고 전시를 한 것은 맞지만 누드 사진을 찍은 적 없다. 과거에 얼굴 사진 몇 번 찍어 준 적이 있으나 누드와는 거리가 멀다. 누드 사진은 내 전문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도 “신 씨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원로들이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도대체 이런 사진을 공개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미술기획자는 이에 대해 “원로 작가들이 굳이 이런 누드 사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원로 작가를 통해 만난 젊은 작가가 찍어 소장한 것 같다”며 “사건을 ‘성추문’으로 몰아가면서 본질을 덮기 위해 누군가가 사진을 고의로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한 갤러리의 대표는 “신 씨가 평소 원로들을 극진하게 대접했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정도였겠느냐”며 “신 씨의 사진이 사실이라면 미술계가 ‘소파 승진’의 온상 같다는 이미지를 줄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갤러리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큐레이터는 “미술 시장이 활황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신 씨 사건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갈수록 미술계 전체가 매도되는 느낌이어서 명함을 내밀기 싫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신 씨의 누드 사진을 실은 것은 인권 의식의 실종을 보여줄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면서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공적 이슈라고 해도 보호돼야 할 개인의 사생활이 있는데, 누드 사진 보도는 그 선을 넘었다”며 “신 씨 측이 초상권이나 명예훼손 등 소송을 걸 만한 보도라는 점에서 언론은 사생활 침해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관계자는 “이 사진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으나 이번 사건의 핵심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 자료로 여겨 최대한 가린 채 누드인지 정도만 알 수 있도록 게재했다”며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며, 보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진이 신 씨의 예전 모습과 달라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씨와 절친했던 한 작가는 “체형 팔 발 등의 모양으로 보아 신씨가 100% 맞다는 느낌을 확신할 수 없다”며 “사진을 찍은 곳도 고급스럽지 않은 분위기여서 신 씨의 평소 행동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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