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건설공사가 무슨 아이들 장난입니까? 예산도 충분하게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해 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정이잖아요.”
2004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으로 이사한 회사원 김명식(42) 씨는 요즘 출퇴근길에 부천시청 앞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 현장을 지날 때마다 짜증이 난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회사에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려고 상동 주변 아파트로 이사했으나 최근 시가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내년에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본보 8월 31일자 A16면 참조
김 씨는 “지하철 공사 때문에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빚어져도 그동안 꾹 참아 왔는데 시가 시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지역 최대 현안인 지하철 7호선 부천 구간 연장사업의 완공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는 2010년까지 9023억 원을 들여 부천 구간(7.39km)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며 2004년 12월 착공했다.
정부가 도시철도로 지정했기 때문에 전체 공사비의 60%는 정부가, 40%(3609억여 원)는 시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시는 착공 당시 정부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계획대로 완공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으나 최근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내년부터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연일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착공 이후 지원된 국비는 모두 980억 원으로 올해까지 지원할 2200억 원의 44.5%에 그쳐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또 도는 현재까지 7호선 연장사업과 관련해 시책보전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원한 게 전부다.
시는 내년 공사에 509억 원이 필요하지만 89억 원이 모자라 내년 하반기 이후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현재 부천 구간의 공정은 당초 계획(평균 32.23%)에 훨씬 못 미치는 평균 24.13%에 불과하다.
부천 구간 701공구(서울 온수역∼오정구 여월택지지구)의 경우 계획된 공정(41.34%)보다 13.68%포인트나 낮은 27.66%, 702공구(여월택지지구∼오정구청)도 22.09%(계획 공정 27.44%) 수준이다.
또 703공구(오정구청∼부천시청)는 23.80%(계획 공정 28.96%), 704공구(부천시청∼상동 영상문화단지)는 24.13%(계획 공정 31.20%)로 나타나 모든 구간의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부천지역 경기도의원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7호선 연장구간이 서울과 경기, 인천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인 만큼 도시철도가 아닌 광역철도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광역철도의 경우 사업비의 75%는 정부가, 17.5%는 도가 각각 지원해야 하지만 정부와 도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의 연간 예산이 8600억여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완공에 필요한 공사비를 조달하기 쉽지 않다”며 “당초 계획대로 개통하기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3182억 원이 들어가는 인천 구간(2.4km)은 현재 공정 23.84%로 2010년 12월까지 완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시는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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