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원 과정 1년 마치면 경쟁력 쑥”
경기 의정부시 경민학원 소속 중고교 교사들은 ‘이중생활’을 한다.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밤이면 평생교육원에서 독서논술을 배우는 ‘학생’으로 변한다. 일주일에 이틀 강의를 듣고, 주말이나 방학에는 주어진 ‘숙제’를 해야 하는 눈코 뜰 새 없는 생활이다.
예외는 없다. 학교법인 경민학원은 소속 중고교 교사 전원이 1년간 독서논술을 배우도록 했다. 올 2학기에 수업을 듣는 교사는 41명. 경민여중, 경민중, 경민고, 경민정보산업고, 경민여자정보산업고의 5개 학교 교사들은 앞으로 5년간 차례로 이 평생교육원을 모두 거쳐가야 한다. ‘독서논술 5개년 개발계획’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교육장소는 경민대가 올해 3월 문을 연 ‘독서 스페셜리스트 교육원’이다.
11일 오후 6시, 일찌감치 수업을 들으러 온 교사 4명의 얼굴이 밝다.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수다를 떨지만 모두 다른 학교 소속. 권영호(52·경민정보산업고), 민경보(45·경민고), 김미라(39·경민여중), 김근영(38·경민중) 교사는 3월부터 수업을 들어 왔다.
“힘들죠. 학교 강의하랴, 수업 들으랴 정신없어요. 그래도 교육청에서 하는 방학 연수보다 훨씬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실습 위주인 데다가 수강 기간도 1년이라 충분하거든요.”(권영호 교사)
이들은 독서논술과 관련된 수업을 한 학기에 3과목씩 듣는다. 1년에 18학점을 채워야 하고, 중간·기말고사는 물론 연말에는 자격증(독서엑스퍼트 자격증)이 걸린 시험도 본다. 자격증을 따면 진급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연간 15학점이 걸린 실습 과목 역시 만만치 않다. △어린이·청소년 추천도서 50권 읽고 서평 쓰기 △독서논술 관련 세미나, 교사모임, 발표회 참가 후 보고서 제출 △TV 토론 프로그램 촬영장 등 현장체험하기와 같은 과제를 내주고 지도교수가 일대일로 수행 여부를 검사한다.
“굉장히 힘들어요. 하지만 이 과정만 마치면 주변 학교 교사들보다 경쟁력이 생길 거예요. 중고교 교사 전원이 ‘대학원’을 1년 더 다닌 셈이라고 보거든요.”(김미라 교사)
경기도는 비평준화 지역인 만큼 경쟁력 있는 교사가 경쟁력 있는 학생들을 불러 모으게 마련이다. 교육원 수업을 함께 듣는 논술 전문학원 강사나 다른 학교 교사들은 좋은 ‘자극제’다. 수강자 중 경민학원 교사들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1학기 독서 및 글쓰기 지도 시간에 같은 수업을 들었던 한 학원 강사가 쓴 글을 보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어쩌면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하고요. 아무래도 자극이 많이 되지요.”(권영호 교사)
교사들이 교육원에서 배운 내용은 고스란히 학교 수업으로 이어진다. 종교 과목을 가르치는 김근영 교사는 1학기부터 매주 월·수·금요일 아침 독서시간을 활용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문단 느낌 쓰기’를 시키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글을 쓰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주기 위해서다. 책과 잡지 등에서 찾아낸 좋은 글귀를 프린트해서 한 장씩 나눠준 뒤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하는 방식이다. 종이를 나눠주고 걷어오는 일은 모두 각 반의 ‘독서논술부장’이 맡는다.
전자 과목을 맡고 있는 권영호 교사는 교육원에서 배운 방식대로 주 1회 토론 수업을 한다.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어려운 논술을 실업계 학생들이 바로 시작하긴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 하는 토론의 형식은 학생들도 쉽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과학 교사인 김미라 교사는 교육원에서 배운 ‘통합논술’을 실천하고 있다. 생물, 물리, 지구과학, 화학 등 과학교과서 8종에 나온 문제를 모두 추려내 비슷한 주제끼리 합친 다음 학생들이 풀어보게 한다.
네 사람은 독서논술이 반드시 입시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비판적인 사고력과 인성을 두루 키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논술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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