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에 숨어있는 논술주제]신정아 씨의 러브레터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범죄(犯罪)’란,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하고 개인 및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는 모든 반규범적 반사회적 행위로 법에 규정된 것을 말한다.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그 행위가 형법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구성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 둘째, 전체 법질서로부터 부정적인 행위라는 판단이 가능해야 한다. 셋째, 그 위법 행위를 이유로 그 행위자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법과 사회’ 교과서]

[TIP] 변양균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동국대 신임 교수를 임용할 때 ‘예일대 후배이고 능력 있는 큐레이터’라며 신정아 씨를 추천했다. 만약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가짜 학력 사실을 알고도 신 씨를 교수로 천거했다면, 이는 직권 남용으로 형법에 위배되는 범죄 행위임이 명백하다. 사실 고위 권력층 인사가 신임 교수 임용에 특정인을 추천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다. 다른 교수 임용 후보에 대한 불평등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헌법이 없는 시대의 재판에서는 이 한마디면 무고한 사람도 죄인으로 처형될 수 있었다. 헌법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 인권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뜻이므로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과 평등한 생활이 보장될 수 없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가 확보되지 않는다. 근대적 의미의 헌법은 군주의 전제 권력을 견제하려는 데서 생겨난 것이므로 반드시 국가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인권 선언을 포함하고 있다.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

[TIP] 헌법은 국가가 강제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빼앗아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을 문서로 작성한 법이다. 헌법에 의하면 아무리 범죄자라도 그 범죄가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 심지어 범죄가 밝혀진 후에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은 공간적으로나 내용적인 면에서 침해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가령, 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 범죄 피해자 공개,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 등 개인 신상 관련 정보의 공개 및 누출 등으로 인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우려가 높다.

[고등학교 ‘법과 사회’ 교과서]

[TIP] 검찰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주고받은 e메일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언론은 이 e메일을 ‘러브레터’라 부르고, 연서의 노골적인 내용을 궁금해하며 자극적인 기사를 내놓고 있다. 두 사람의 범죄 행위를 밝히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과 자유의 침해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생활, 즉 프라이버시의 권리란 넓게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 권리의 침해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데, 첫째, 사람의 이름 또는 사진을 무단 이용하는 것, 둘째, 사적 사항 및 행동을 폭로하는 것, 셋째, 그 사람과 관계없는 신조, 활동 등을 관련시켜 공중이 그 사람을 잘못 인식하게 하는 것, 넷째, 그 사람의 생활을 방해하는 것 등이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e메일, 휴대전화 통화 등을 통한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되고 있다. 1850년 프로이센 헌법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체신(遞信·우편이나 전신 따위의 통신)의 비밀’을 지키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물론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사생활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의 공통된 주장이다. 변 전 실장과 신 씨의 러브레터 또한 사회 질서유지를 위해 검찰이 엿볼 수 있다는 주장에도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나와 여러분의 e메일, 휴대전화 내용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있고, 공권력의 이름으로 언제든지 이를 들춰볼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수환 최강학원 통합사회논술 대표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