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적정가 60% 제시해 ‘싹쓸이’=조달청 심사에서 두산은 9개 과목 중 수학, 중등국어, 사회, 초등통합 등 4과목의 발행업체로 선정됐다. 두산은 검정교과서를 주로 발행해 왔고 국정교과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교과서는 초등국어, 지학사는 도덕, 천재교육은 영어, 금성출판사는 과학, 교학사는 음악미술체육 등 한 과목씩을 배정받았다.
조달청은 업체의 제안서를 토대로 교과서 발행능력을 주로 보는 기술평가 80점, 가격평가 20점 등 100점 만점으로 심사했다.
그러나 업체 선정은 대부분 기술평가보다 가격평가로 이뤄졌다. 두산은 교육부가 제시한 적정 가격의 60∼64%를 제시해 다른 업체(73∼98%)를 제치고 408억8000만 원 상당의 교과서 발행을 수주했다. 발행 규모가 큰 수학과 중등국어는 기술평가에서 2위였지만 가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역전했다.
두산 관계자는 “초등 교과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국정교과서 사업에 처음 참가했고, 이윤보다는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달청, 부실한 심사=교육부는 2004년에는 제안서 심사와 현장실사를 4개월 동안 실시했고 허위 내용을 제출한 2개 업체가 탈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달청은 이번 심사를 위해 4일 오후 심사위원 후보 중 11명에게 갑자기 참석을 통보했다. 심사위원들은 다음 날인 5일 오후 8시 반까지 업체의 제안서 브리핑을 들은 뒤 6일까지 4100여 쪽의 제안서를 검토했다는 것.
심사위원장인 김병현 중부대 교수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고 망설였지만 국가적 사안이라 판단해 참석했다”며 “심사는 규정대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심사는 일반물품 구매와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 진행했다”며 “교육부의 현장실사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01년과 2004년 두 차례 교과서 발행업체를 선정할 때는 모든 과정을 직접 주관했고 기술평가로만 업체를 선정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이 교과서 발행을 독점한다는 불만과 학부모의 교과서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달청에 의한 계약으로 업체 선정 방식을 바꿨다”고 밝혔다.
▽교육부, 말로만 발행업체 전문화=교육부는 그동안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과목별 전문 발행업체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대봉 천재교육 전무는 “교육부 정책에 따라 천재교육은 수학, 금성출판사는 영어, 교학사는 국어, 지학사는 도덕 과목에 집중 투자해 왔다”며 “업체마다 특화 분야를 인정받고 있는데 제작 능력보다 싼 가격만 보고 선정하면 좋은 교과서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화봉 교학사 교과서사업부장도 “교육부가 교과서 질을 높인다며 값비싼 신개발 용지를 사용하도록 했지만, 막상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최저 입찰가를 써 낸 업체를 선정했다”며 “교과서는 질이 우선인데 저가 업체를 선정하면 정부가 출판사 간의 출혈경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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