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일부 심사위원 사이에선 “도저히 지원해 줄 수 없는 허술한 사업이었다”는 지적이 나와 지원 자격이 되지 않는 사업을 누군가의 외압으로 인해 억지로 지원해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 씨는 2003년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미국 하와이에서 국내 회화 및 설치미술 작가 10여 명이 참여하는 ‘Korean Tradition in Contemporary’라는 전시회를 기획하겠다며 200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4000만 원의 지원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2002년 12월 4차례의 회의를 거쳐 신 씨의 사업에 12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1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심사채점표에 따르면 신 씨의 사업은 평균 66.9점을 받아 그해 미술 분야 선정 작품 19개 중 최저 점수를 받았다.
한 원로작가는 신 씨에게 100점 만점을 줬고 한 서양화 전공 교수는 96점을 줬다. 반면 20점을 준 위원이 2명이고, 40점을 준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통화에서 “작가들이 하와이에 같이 가서 전시한다는 것 외에 참신하거나 새로운 점이 없었다”며 “도저히 지원할 만큼의 사업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낮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100점을 준 원로 작가는 “오래되어서 그 사업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신 씨는 사업을 지원한 지 몇 년 뒤 전시회에서 한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이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지원 신청 사업 중 ‘이민 100주년’을 맞이해 하와이에서 진행할 4개의 사업에 대해 논의하면서 다른 사업 계획이 훌륭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신 씨의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회의는 주로 지원해야 하는 사업에 대해 논의한 자리였다.
신 씨가 지원 신청한 사업에 높은 점수를 준 한 심사위원은 본인이 이 전시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이 위원과 신 씨가 이미 친분이 있었을 가능성은 물론 심사 과정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