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신 씨가 미국에서 어떻게 지냈나.
“하루 2,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단다. 매일 참담한 심정을 일기로 남겼다고 한다. 특히 미혼여성으로서 가장 치명적인 성적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극도의 절망감을 느꼈고, 이런 심경을 모두 글로 남겨놓았다고 한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책을 내거나 월간지에 기고하고 싶어 한다.”
―누드 사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나.
“정말 맹세코 알몸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고 한다. 합성이란다. 사진을 유출한 사람과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해 달라고 했다. 바로 법적 소송 하면 괜히 ‘뭐 잘했다고…’ 이런 소리 나올까봐 (내가) 검찰 조사 받은 뒤 천천히 하자고 했다.”
―신 씨가 억울해하는 것은….
“자기를 ‘에르메스의 여인’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얘기 듣기 싫어 나갈 때 가져간 짐을 그대로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자기가 입는 옷들은 다 몇 만 원짜리라고 했다. 에르메스를 선물용으로 사긴 했지만 미국 면세점에 가면 7만∼8만 원이면 살 수 있다며 그래서 나갈 때마다 사오는데 자기가 산 선물 중에서 제일 비싼 거라고 했다. 1년에 30개 정도 사와 전시회를 후원한 기업의 과장급 이상에게 돌렸다고 했다. 변 전 실장에게 받은 목걸이도 그림을 선물한 뒤 그림 값 대신 받은 것이라고 말하더라.”
―변 전 실장이 ‘배후’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신 씨는 변 전 실장한테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기업 후원 역시 자기가 노력해서 한 것이라고 한다. 산업은행은 전체 예술지원금이 280억 원인데 자기 쪽에는 겨우 2억8000만 원 했고 어떤 기업은 예산이 몇백억 원이면서도 2000만 원 했다고 말했다. 만약에 변 전 실장이 힘을 썼다면 그 정도밖에 지원받지 못했겠느냐고 말하더라. 다른 예일대 동문이나 변 전 실장의 고교 동문들이 도와줬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돈은 누가 지원했나.
“다른 사람의 지원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자기 연봉도 7000만∼8000만 원 됐고 주식도 했다고 했다. 어머니가 부정기적으로 100만∼200만 원씩 줬다고 했다.”
―변 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 뭐라고 하나.
“성곡미술관 다닐 때 동문회 모임에서 변 전 실장을 처음 만났다고 하더라. 변 전 실장은 신 씨를 똑똑하고 귀여운 후배로, 신 씨는 변 전 실장을 능력 있고 미술도 좋아하는 예일대 선배로 생각했다. 신 씨는 평소 변 전 실장에게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문화예술 예산은 강원도에 다리 하나 놓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말을 종종 했고, 변 전 실장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고 했다.”
“존 트레이시 씨를 찾으러 갔다고 한다. 그는 신 씨와 동년배로 당시 예일대에서 미술사학과 시간강사를 했다. 신 씨가 과외 선생처럼 그를 고용해 논문 작성과 제출 등을 맡겼다고 한다. 큰 돈을 준 것은 아니고 논문 통과되면 보수를 챙겨주겠다는 식으로. 그를 찾으려고 탐정을 고용했지만 찾지 못했다. 신 씨는 자신이 트레이시 씨에게 속았다고 생각한다. 신 씨가 예일대에 확인하러 갔는데 지도교수를 만나지 못했다.”
―신 씨가 갑자기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내가 가능하면 빨리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 혼자 알아본다고 나가 있으면 의혹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검찰과 사전 협의가 돼 있지 않아 (검찰이) 많이 당황할 것이다.”
―신 씨를 언제 만났나.
“14일 저녁 나리타공항 근처에서 만났다. 신 씨는 친척이 도쿄에 있어 그 집에서 머물렀다.”
―신 씨의 논문은 확인했나.
“실제 논문을 봤더니 70% 정도를 다 베꼈더라. 제목도 거의 같고, 목차도 그렇다. 내용도 여기저기 짜깁기했다. 하지만 신 씨는 당시 표절인 줄은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논문 70∼80부를 돌렸겠느냐.”
―신 씨 혐의에 대해 법률 검토를 했을 텐데….
“동국대에 모든 자료를 다 내고 정상적으로 들어갔으니 업무방해가 아니다. 광주비엔날레 감독 자리는 학위와 상관없으니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사문서 위조가 문제인데, 신 씨는 자신의 논문이 가짜라면 자기도 속은 거라고 말한다. 고의로 (동국대를) 속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검찰에서 입증할 문제다.”
박 변호사는 “신 씨가 연극인 윤석화 씨의 허위학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예술인 중 한 명인 윤 씨가 자기 때문에 희생된 것 같다며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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