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모범답안’ 외우듯 진술…통화내용 추궁엔 침묵

  • 입력 2007년 9월 17일 19시 25분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신정아 씨는 16일 서울서부지검에서 나란히 조사받으면서 비교적 많은 말을 했다고 한다. 침묵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모범답안'을 외워서 말하는 듯 했다고 수사관계자들은 전했다. 검찰 수사가 결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한다.

▽울먹인 신 씨, "내 말을 들어 달라"=16일 변 전 실장과 신 씨는 각각 10시간, 4시간 씩 검찰 조사를 받았다. 신 씨에 대한 조사는 17일 밤까지 계속 이어졌다.

서울서부지검 구본민 차장은 "검찰은 주로 변 전 실장이 하는 얘기를 들었으며, 신 씨도 조사에 잘 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신 씨는 자신의 주장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의 신문과정에서 두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신 씨는 이틀째 검찰 조사에서는 "(검사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한다"며 자주 울먹였다고 한다.

또 양 측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사전에 입을 맞춘 듯한 흔적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수사 필요상 알려 줄 수 없지만 신 씨 측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만으로도 그런 추정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한 수사관계자는 말했다.

검찰이 4일 신 씨의 서울 광화문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할 때 확보한 진주목걸이에 관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시가 수백만 원 대의 진주목걸이는 '연애 e메일'과 함께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를 상징하는 압수물로 간주됐지만 신 씨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림을 줬더니 돈을 주려고 해서 안 받았다. 대신 선물로 받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선물이 아닌 그림값에 대한 반대급부라면 양 측이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씨 측이 변 전 실장과의 관계를 연인 사이가 아니라 '예술적 동지'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대포폰'으로 통화한 듯…수사에는 비협조=검찰은 신 씨의 개인용 컴퓨터에서 확보한 e메일 내용 외에 신 씨가 두 달 전 미국으로 도피하기 직전부터 최근까지 양측이 통화한 내용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변 전 실장과 신 씨 모두 통화 부분에는 침묵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떳떳하지 않으니까 공개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신 검찰은 양 측이 타인 명의의 이른바 '대포폰'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고 통화내역을 저인망식으로 훑고 있으나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씨에 대한 조사 내용에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신 씨와 변 전 실장의 격리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검찰은 두 사람 진술의 허점을 추궁할 e메일 내용 등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말을 맞출 시간을 주지 않고 진술을 받았다면 절대로 그런 취지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객관적인 증거로 날카롭게 허점을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규명해야 할 의혹 사안이 많아 추석 전 종결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중수부 수사팀까지 투입하긴 했지만 뭔가를 내놓을 만큼 수사가 진전되려면 10월초를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이유종기자 pen@donga.com

[화보]신정아 씨 뉴욕서 인터뷰…도피 2개월 만에 귀국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김영욱 동아닷컴 인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