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모범답안’ 외우듯 진술… 통화내용 추궁엔 침묵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16일 일본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정아 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16일 일본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정아 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신정아 씨는 16일 서울서부지검에서 나란히 조사받으면서 비교적 많은 말을 했다고 한다. 침묵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모범답안’을 외워서 말하는 듯했다고 수사관계자들은 전했다. 검찰 수사가 결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한다.

▽울먹인 신 씨, “내 말을 들어 달라”=16일 변 전 실장과 신 씨는 각각 10시간, 4시간씩 검찰 조사를 받았다. 신 씨에 대한 조사는 17일 밤까지 계속 이어졌다.

서울서부지검 구본민 차장은 “검찰은 주로 변 전 실장이 하는 얘기를 들었으며, 신 씨도 조사에 잘 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신 씨는 자신의 주장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의 신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신 씨는 이틀째 검찰 조사에서는 “(검사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한다”며 자주 울먹였다고 한다.

또 양측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사전에 입을 맞춘 듯한 흔적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수사 필요상 알려 줄 수 없지만 신 씨 측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만으로도 그런 추정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한 수사관계자는 말했다.

검찰이 4일 신 씨의 서울 광화문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할 때 확보한 진주목걸이에 관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시가 수백만 원대의 진주목걸이는 ‘연애 e메일’과 함께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를 상징하는 압수물로 간주됐지만 신 씨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림을 줬더니 돈을 주려고 해서 안 받았다. 그대신 선물로 받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선물이 아닌 그림값에 대한 반대급부라면 양측이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씨 측이 변 전 실장과의 관계를 연인 사이가 아니라 ‘예술적 동지’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대포폰’으로 통화한 듯…수사에는 비협조=검찰은 신 씨의 개인용 컴퓨터에서 확보한 e메일 내용 외에 신 씨가 두 달 전 미국으로 도피하기 직전부터 최근까지 양측이 통화한 내용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변 전 실장과 신 씨 모두 통화 부분에는 침묵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떳떳하지 않으니까 공개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신 검찰은 양측이 타인 명의의 이른바 ‘대포폰’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고 통화기록을 저인망식으로 훑고 있으나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씨에 대한 조사 내용에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신 씨와 변 전 실장의 격리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검찰은 두 사람 진술의 허점을 추궁할 e메일 내용 등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말을 맞출 시간을 주지 않고 진술을 받았다면 절대로 그런 취지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객관적인 증거로 날카롭게 허점을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규명해야 할 의혹 사안이 많아 추석 전 종결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중수부 수사팀까지 투입하긴 했지만 뭔가를 내놓을 만큼 수사가 진전되려면 10월 초를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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