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정 전 비서관은 기자들과 3~4분 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김 씨로부터 수천만 원 받았다는) 언론보도는 못 봤다"고 만 말한 뒤 특별수사팀이 위치한 10층으로 올라갔다.
▽신속 사법 처리 전망=검찰이 17일 정 전 비서관 소환 시기를 예고하면서 '피내사자'라고 못 박은 만큼 조사는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건설업자 김상진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소환 전부터 이미 정 전 비서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두고 조사해 왔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 본인과 정 전 비서관 친인척들의 금융계좌를 샅샅이 뒤졌고 소환 전 마지막 단계로 정 전 비서관 집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쳤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미 축적해 둔 각종 증거와 객관적인 물증 등을 토대로 '돈을 받았다'는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압박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도 청와대와 여권의 교감에 따라 자신의 혐의를 의외로 쉽게 시인하고 수사 일정을 줄이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권에게는 서울서부지검의 '신정아 게이트' 수사와 함께 참여정부 말기 최대 스캔들 중의 하나인 정 전 비서관 사건이 앞으로의 대선 일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환 첫날부터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거론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혐의 추가되나=정 전 비서관이 혐의를 시인하지 않을 경우 검찰로서는 확인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아 조사가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은 이날 "김상진 씨 관련 의혹들 모두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의 관여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김 씨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간에 이뤄진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정 전 비서관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수사의 목표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보완수사 전후 제기된 모든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검찰은 김 씨의 사기 횡령 혐의에 대한 1차 수사 때 정 전 비서관 조사가 충분치 못했다는 여론에 밀려 보완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만 받고 있는 정 전 비서관에게 받은 돈의 액수가 늘어나거나 또 다른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정 전 비서관은 2003년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고 지난해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기획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이 김 씨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확인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이처럼 정 전 비서관 사법처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부산지역 범여권 인사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부산에서 범여권의 지지율이 낮은데 정 전 비서관이 비리문제로 사법처리 될 경우 연말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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