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글쓰기 시간이었어요. 철호는 ‘나의 소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축구를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어요. 철호는 그냥 달리는 것도 힘든데 공을 차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겠지요.
그렇지만 철호는 성격이 쾌활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려요. 옆 반과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철호는 계단에서 목이 터져라 열심히 응원합니다. 옆 반 아이들은 철호가 지르는 소리에 놀라서 얼굴을 찡그리기도 해요.
어느 날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이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수군거리며 비밀 얘기를 했습니다. 며칠 후 수업이 끝난 후 친구 한 명이 철호를 운동장으로 데려갔어요. 운동장에는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이 오른쪽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묶고 있었어요.
“철호야, 같이 축구 하자.” 남자 아이들이 얘기했어요.
우리 반 여자 아이들은 집에 가지 않고 운동장 계단에 앉아서 남자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봤어요. 남자 아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서 오른쪽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모습으로 축구를 시작했어요.
철호가 천천히 다리를 절며 축구를 시작했어요. 남자 아이들도 철호처럼 아주 천천히 축구를 했지요. 그렇게 천천히 하는 축구는 처음 봤어요. 그렇지만 가슴은 빠르게 쿵쿵 뛰었어요. 철호를 위해 다들 모래주머니를 차고 천천히 축구를 하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었어요.
철호가 공을 잡자 여자 아이들은 “와”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철호는 왼발로 천천히 공을 찼어요. 공은 빗나가고 또 빗나갔어요. 철호가 찬 공은 골문 근처에도 못 가보고 힘없이 떼구루루 구르기만 했어요. 잠시 후 호루라기가 울렸어요. 경기 끝. 0 대 0으로 끝났습니다.
서로 인사를 한 후 갑자기 승우가 노래를 시작했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철호의 생일 축하합니다.”
아, 오늘은 바로 철호의 생일이었어요.
멋진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이 철호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을 준 것이지요. 바로 ‘용기’와 ‘배려’라는 선물이었습니다.
‘용기’라는 말은 씩씩하고 굳센 기운을 말합니다. 용기는 좋은 일을 할 때 쓰는 말이지요.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을 보고 “용기 있다”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또 ‘배려’라는 말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상하게 마음을 쓴다는 뜻입니다.
누구에게나 용기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사용하지 못하고 가슴에 감춰두기만 하는 사람도 있지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필요할 때 용기를 꺼내서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약하거나 평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옆에서 힘을 북돋워 줘야 마음에 감춰둔 용기를 꺼내서 쓸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넌 할 수 있어, 꼭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큰일을 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말을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해 주는 친구가 있다면 배려를 잘해 주는 좋은 친구를 둔 것입니다.
‘창가의 토토’라는 책에 나오는 토토가 바로 그런 친구이지요. 그 책은 작가의 실제 어린 시절 이야기이지요. 토토는 ‘전차 학교’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야스하키를 만나게 됩니다. 그 학교에는 각자의 나무가 있는데 야스하키는 다리가 불편해서 자신의 나무에 올라가지 못합니다. 토토는 야스하키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해 줍니다. 토토의 말에 힘을 얻은 야스하키는 나무에 올라갑니다.
여러분은 친구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용기를 주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인가요? <끝>
조성자·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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