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간다더니 실제론 해외 관광… 세금 축내는 공무원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5분


공무원들과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 직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백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감사원은 18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전반의 ‘공무 국외 여행 관리 실태’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해외 출장 여비로 3억 원 이상을 지출한 204개 기관의 출장 실태를 분석한 뒤 예산 규모가 큰 중앙 관서 6곳, 지방자치단체 8곳, 공공기관 16곳 등 30개 기관에 대해 6월 25일부터 한 달간 감사를 실시했다.

▽사전 계획부터 ‘엉터리’=한국전력공사 A 과장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9일 동안 ‘국제기구 포럼에 참석한다’며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을 방문했다. 하지만 A 씨가 참석했다는 포럼은 A 씨가 출국하기 보름 전인 12월 7일 끝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기관 직원 53명은 3개팀으로 나눠 지난해 8, 9월 10일 동안 프랑스, 그리스, 터키의 시청 등 관공서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방문 예정 도시에서 ‘방문 불가’를 통보받고도 그대로 추진해 사실상 관광만 하고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관광부 공무원 21명은 2005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선진○○벤치마킹’ 자료 수집을 내세워 13회나 해외 출장을 갔다. 그런데 프랑스의 랑그도크루시용 7회,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6회, 홍콩 5회 등 특정 도시를 반복적으로 방문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외 출장에 휴가 붙이기는 기본=금융감독원의 경우 지난해 해외 자료수집 출장 및 단기연수자 107명 가운데 62%인 66명이 일정보다 적게는 1일부터 많게는 12일까지 일찍 출국하거나 늦게 귀국했다.

금감원 직원 B 씨의 경우 지난해 5월 9일 일정의 미국 워싱턴 연수를 마친 뒤 추가로 9일 동안 미국에 머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을 관광하고 귀국했다. 특히 B 씨는 공휴일 2일을 제외한 7일에 대해 간병 2일, 부모 생신 1일, 교육 1일, 자기계발 3일 등 연차보상금이 감액되지 않는 ‘특정 사유’ 휴가를 썼고 연말에는 연차보상금 352만 원(21일치)을 받았다.

▽계획은 말뿐, 오로지 관광만=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은 외유성 해외 시찰을 아예 연례화했다.

서울시의회는 8개 상임위원회가 합의해 1년에 4개 상임위씩 해외 시찰을 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1인당 32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지난해의 경우 시찰 지역은 대부분 유명 관광지였고 평균 10일 일정 중에 기관 방문 등 공식 일정은 평균 3일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난해 1월 3일부터 10일 동안 ‘선진 도시 시찰’ 명목으로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을 방문한 의원 7명은 방문 예정 11개 기관 중 한 곳도 방문하지 않고 관광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짜 관광도=가스안전공사 C 실장과 상급 기관의 관련 업무 담당자는 2005년 10월 14일부터 8일 동안 용역업체 직원과 함께 해외 사례 조사를 위해 캐나다를 방문했다. 여행경비 800만 원은 용역업체가 부담했을 뿐 아니라 10시간 정도에 걸쳐 밴쿠버 시청 등 4개 기관만 관광하고 돌아왔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8일 동안 용역업체 비용(1800만 원)으로 8일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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