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겨울에도 감기약이 필요 없게 됐어요.” 11일 오전 11시 강원 평창군 진부면 호명리 농가주택 단지에서 만난 전두근(52·농업) 씨는 10월에 입주할 82.6m²(약 25평)짜리 새 집 앞에서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7월 수해로 집을 잃은 뒤 1년 넘게 컨테이너 주택에서 생활해 온 전 씨의 부인과 어머니, 자녀들은 돌아가며 감기를 앓는 등 많은 고생을 했다.
이날 동아일보와 고려대, 평창군이 공동 주관한 ‘재해지역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통해 새 집을 얻게 된 전 씨와 그의 가족들은 기쁨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수해로 집을 잃은 사람들
평창군 진부면 진부 나들목을 빠져나와 호명교를 건넌 뒤 1km쯤 들어간 곳에 있는 병두골천.
이 하천변에 5채의 컨테이너 주택이 서 있다. 전 씨 가족 등 지난해 7월 수해 때 집을 잃은 다섯 가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다.
평창지역에는 지난해 수해로 1200여 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 중 90여 가구는 집이 흙에 묻히거나 물에 떠내려가 정부가 제공한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서 지내야 했다. 컨테이너 주택에서 머물던 대부분의 이재민은 지난해 겨울이 오기 전에 집을 새로 짓거나 다른 집을 임차해 보금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사정이 어려운 전 씨 가족 등은 컨테이너 주택에 계속 거주해 왔다.
이들 5가구를 돕기 위해 평창군이 호명리에 새 집터를 닦아 주고 집을 짓도록 했다. 그러나 농사를 짓거나 중장비 기사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온 이들에게 빈 집터에 집을 지을 여유는 없었다.
○“새 집 지어 주자”, 기업들 팔 걷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는 고려대 김상대(강구조 연구소장·건축사회환경공학) 교수였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김 교수는 선후배들이 근무하는 기업, 언론사 등을 찾아다니며 “이들에게 집을 지어 주자”며 도움을 요청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건설업체 태영건설, ㈜유창, 설계업체 여의건축, 건축 시공업체 진성웰이 지원을 약속했다. 또 동아일보와 고려대, 평창군이 이 사업의 주관을 맡았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말 주민들과 함께 그들이 살 집을 설계했고 11월 말에 평창군이 인허가 등을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올해 3월 입주할 가구가 선정됐고 이달 18일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됐다.
최근의 잦은 비와 태풍 등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져 입주는 10월로 조금 미뤄졌지만 이날 예정대로 입주식을 열었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태영건설, ㈜유창 등은 건축에 필요한 자재와 기술, 장비 등을 제공했다. 이들이 제공한 자재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집 한 채당 4000만 원 정도.
또 평창군은 주택 주변에 길을 내고 조경을 가다듬는 방식으로 사업을 지원했다.
○최신식 스틸 하우스 10월 입주
새 집은 전 씨 가족 등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 주택에서 상류로 300m쯤 거슬러 올라간 곳에 최신식 ‘스틸 하우스’로 지어졌다.
단층집이지만 철제 빔을 이용해 지상에서 2.5m 정도 공중에 떠 있다. 하천변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다시 물난리가 나더라도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집에 입주할 김홍기(42·중장비 기사) 씨는 수해로 집이 진흙더미에 묻힌 뒤 어머니와 함께 컨테이너 주택에서 살고 있다. 부인은 읍내의 여관에서 13세, 11세인 초등학생 자녀와 따로 생활한다. 이날 김 씨는 “이제야 가족들 가슴에 난 상처를 달랠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창=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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