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방해 보이지 않는 손 있는것 아니냐”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6분


신정아씨 병원행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8일 밤 신 씨가 자신의 변호를 맡은 박종록 변호사의 승용차를 타고 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신 씨는 박 변호사를 통해 미리 예약해 놓은 서울 강동구 강동가톨릭병원에 입원했다. 김미옥 기자
신정아씨 병원행
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8일 밤 신 씨가 자신의 변호를 맡은 박종록 변호사의 승용차를 타고 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신 씨는 박 변호사를 통해 미리 예약해 놓은 서울 강동구 강동가톨릭병원에 입원했다. 김미옥 기자
■ 申씨 영장 기각… 검찰 수뇌부 심야 긴급회의

18일 검찰이 청구한 신정아 씨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검찰 수뇌부는 충격 속에 긴박하게 움직였다.

법원과 검찰 간 해묵은 ‘영장 갈등’이 다시 불꽃을 튀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사법의 무정부 상태를 야기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표현을 사용해 법원을 비판했다.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신 씨는 오후 10시경 서울서부지검 청사 밖으로 나왔다. 검찰 출두 당시 입고 있었던 베이지색 재킷과 청바지 차림 그대로였다.

신 씨는 낮은 목소리로 “대외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앞으로 열심히 응하겠다”는 말만 했다. 곧바로 변호인 박종록 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검찰청사를 빠져나갔다. 신 씨는 오후 11시 10분경 서울 강동구 강동가톨릭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검찰 “법원 제정신인가”=검찰은 이날 저녁까지만 해도 신 씨의 구속은 당연한 것으로 판단했다. 오히려 신 씨 구속 이후 수사 방향을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이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한 중인 몽골 검찰총장과의 공식 일정이 있는 정상명 검찰총장 대신 정동기 차장이 오후 9시 30분경 이 부장 등 중수부 간부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본부와 협의하고 정 총장의 재가를 받아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이 검찰의 견해를 발표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피의자가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말인가”라며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의혹의 실체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법원을 비난했다.

검찰은 이어 “사법정의 실현 포기” “구속제도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 “실체 규명 불가능” 등의 원색적 표현을 쏟아냈다.

법원이 11일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거주지와 e메일 계정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할 때부터 검찰은 “법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려 왔다. “검찰이 넘어야 할 가장 험하고 높은 산은 법원”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일부’ 압수수색 영장은 청구한 지 이틀 만에 발부됐고, 야간에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에서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청구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영교 동국대 총장의 경우 집무실은 압수 없이 수색만 가능한 수색영장이 발부됐다.

재경지검의 중견간부는 “수사를 방해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구속영장 심사도 배심제로 운영해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 씨 혐의 보강 수사, 변 전 실장 물증 확보 주력=신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추석 연휴 전 수사의 큰 줄기를 잡으려고 했던 검찰의 수사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일단 신 씨가 성곡미술관에 지원된 기업 후원금을 횡령했는지 등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인 뒤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금까지 참고인들의 진술만으로는 변 전 실장을 직권남용이나 제3자 뇌물제공, 업무방해의 공범 등 혐의로 사법처리하기 어렵다고 보고 확실한 물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신 씨의 영장 기각이 변 전 실장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대검 관계자는 “안 그래도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말을 맞출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 막을 방법이 없다”며 “수사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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