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런게 로또 영장” vs 法 “법대로 처리했다”

  • 입력 2007년 9월 19일 20시 27분


"수사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졌다." "법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냐."

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19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 씨 영장기각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검찰 "수사에 엄청난 차질"=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신 씨는 이 사건의 핵심적 인물 아닌가. 수사에 엄청난 차질이 있다고 봐야 된다"라고 법원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정 총장은 이어 오전 9시 반부터 11시까지 정동기 대검 차장, 이귀남 중수부장 등 주요 간부들과 회의를 한 뒤 이 중수부장을 통해 검찰의 입장을 밝혔다.

이 중수부장은 "신 씨가 미국에서 학위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을 보고 검찰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 없다고 하니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이게 바로 원칙도 기준도 없는 '로또 영장'"이라며 "법원이 사건을 아예 망쳐 놓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은 이어 "지방법원 판사의 무제한적 영장심사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항고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 중수부장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초동 수사가 늦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법원도 신 씨의 혐의 자체를 인정한 만큼 부실 수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 "형사소송법 원리 망각"=검찰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 여론이 나빠지자 법원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유원규 법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의견을 정리한 뒤 입장을 발표했다.

법원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신 씨의 개인적인 범죄뿐이고 권력형 비리 의혹이나 국민적 의혹에 관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드시 구속을 해야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견해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라는 형사 소송법 원리를 망각한 것"이라고 검찰을 정면 비판했다.

재경지법의 중견판사는 "법원에 넘어온 기록은 신 씨에 대한 것이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의 것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 왜 김 대표는 불구속 기소하고 신 씨는 꼭 구속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그동안 검찰의 늑장수사로 오히려 신 씨가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거 아닌가"라며 "횡령 혐의를 참고 자료로 첨부한 것은 '이럴 수도 있으니 일단 구속을 시켜놔야 한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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