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19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 씨 영장기각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검찰 "수사에 엄청난 차질"=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신 씨는 이 사건의 핵심적 인물 아닌가. 수사에 엄청난 차질이 있다고 봐야 된다"라고 법원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정 총장은 이어 오전 9시 반부터 11시까지 정동기 대검 차장, 이귀남 중수부장 등 주요 간부들과 회의를 한 뒤 이 중수부장을 통해 검찰의 입장을 밝혔다.
이 중수부장은 "신 씨가 미국에서 학위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을 보고 검찰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 없다고 하니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이게 바로 원칙도 기준도 없는 '로또 영장'"이라며 "법원이 사건을 아예 망쳐 놓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은 이어 "지방법원 판사의 무제한적 영장심사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항고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 중수부장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초동 수사가 늦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법원도 신 씨의 혐의 자체를 인정한 만큼 부실 수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 "형사소송법 원리 망각"=검찰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 여론이 나빠지자 법원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유원규 법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의견을 정리한 뒤 입장을 발표했다.
법원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신 씨의 개인적인 범죄뿐이고 권력형 비리 의혹이나 국민적 의혹에 관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드시 구속을 해야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견해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라는 형사 소송법 원리를 망각한 것"이라고 검찰을 정면 비판했다.
재경지법의 중견판사는 "법원에 넘어온 기록은 신 씨에 대한 것이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의 것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 왜 김 대표는 불구속 기소하고 신 씨는 꼭 구속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그동안 검찰의 늑장수사로 오히려 신 씨가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거 아닌가"라며 "횡령 혐의를 참고 자료로 첨부한 것은 '이럴 수도 있으니 일단 구속을 시켜놔야 한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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