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자체들 사극효과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자, 밖으로 나오는 장면입니다…큐!”

19일 오전 11시 드라마 ‘왕과 나’(SBS) 촬영이 한창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연출을 맡은 손재성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고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됐다. 먼발치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관광객들도 행여 촬영에 방해가 될까 숨을 죽였다.

몇 분 뒤 손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30여 명의 스태프는 분주하게 다음 장면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그제야 관광객들은 참았던 숨을 내쉬며 떠들기 시작했다.

손 감독은 “경복궁은 1주일에 하루밖에 빌릴 수 없고 그나마 밤 시간대에는 촬영이 불가능하다”며 “화성행궁은 이런 문제가 없어 대부분의 촬영을 이곳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화계와 TV에서 ‘사극 붐’이 일면서 경기 지역의 전통 관광지가 촬영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원시 화성행궁의 경우 2004년 ‘대장금’이 이곳에서 일부 촬영돼 유명해진 뒤 ‘불멸의 이순신’, ‘왕의 남자’, ‘장길산’ 등을 거쳐 현재 ‘왕과 나’, ‘이산’(MBC)까지 사극의 단골 무대로 자리 잡았다.

12월 구리시 아천동에 문을 여는 ‘고구려 대장간 마을’은 개장도 하기 전에 이미 ‘한류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스타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태왕사신기’(MBC)가 이곳에서 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토요일인 15일 오후에는 촬영지 근처 호텔에 머물던 일본인 관광객 20여 명이 ‘용사마’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 개장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사극 촬영지로 이용돼 왔던 용인시 한국민속촌에도 최근 촬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촬영 중인 작품은 ‘왕과 나’를 비롯해 드라마 ‘이산’, 영화 ‘신기전’ 등.

올해 들어서만 1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4편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갑절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들 관광지에서 사극 촬영이 많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까워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통 가옥 등이 이미 들어서 있어 별도의 세트를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영화, 드라마를 통해 전통 관광지를 널리 알리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민속촌 관계자는 “임시 세트장에 비해 평소에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 적합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많은 영화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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