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수사차질” vs “법대로…뭐가 문제” 檢-法 정면충돌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변 전 실장 재출두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19일 오전 신정아 씨 비호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다시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 전 실장 재출두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19일 오전 신정아 씨 비호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다시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졌다.”

“법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냐.”

신정아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19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 씨 영장 기각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검찰 “수사에 엄청난 차질”=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신 씨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 아닌가. 수사에 엄청난 차질이 있다고 봐야 된다”라고 법원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정 총장은 이어 오전 9시 반부터 11시까지 정동기 대검 차장, 이귀남 중수부장 등 주요 간부들과 회의를 한 뒤 이 중수부장을 통해 검찰의 의견을 밝혔다.

이 중수부장은 “신 씨가 미국에서 학위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을 보고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하니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어 “지방법원 판사의 무제한적 영장심사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항고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며 공세를 폈다.

이 중수부장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초동수사가 늦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법원도 신 씨의 혐의 자체를 인정한 만큼 부실 수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촬영 : 변영욱 기자

▽법원 “형사소송법 원리 망각”=검찰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 여론이 나빠지자 법원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유원규 법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의견을 정리해 발표했다.

법원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신 씨의 개인적인 범죄뿐이고 권력형 비리 의혹이나 국민적 의혹에 관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드시 구속을 해야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견해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라는 형사 소송법 원리를 망각한 것”이라고 검찰을 정면 비판했다.

재경지법의 중견판사는 “신 씨와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의 기록이 별 차이가 없는데 왜 김 대표는 불구속 기소하고 신 씨는 꼭 구속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검찰,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정조준=변 전 실장이 정부 예산 지원이 금지된 일반 사찰인 흥덕사에 10억 원을 편법 지원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신 씨 영장 기각으로 잠시 주춤했던 검찰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흥덕사 편법 예산지원’을 변 전 실장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변 전 실장이 불필요한 곳에 정부 예산을 배정했다면 직권남용뿐만 아니라 국고손실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만약 당시 가짜 학위 의혹으로 동국대 교수직 유지가 어려웠던 신 씨가 변 전 실장에게 동국대 재단이사장인 영배 스님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도록 청탁했다면 직권남용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또 영배 스님 측이 신 씨에게 사례비 등을 제공했다면 양측이 각각 제3자 뇌물교부와 공여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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