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수-순천-광양 통합 숨고르기

  • 입력 2007년 9월 20일 06시 00분


전남 여수시와 순천시, 광양시를 하나로 합치는 광양만권 통합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통합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광양시가 20일 열기로 한 1차 통합 실무협의를 연기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통합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키로 했기 때문이다.

▽실무협의회 무산=광양시는 20일 순천시청에서 각 지역 통합 실무자들이 모이는 행정 실무협의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실무자들은 이날 광양만권 통합 양해각서(MOU) 체결에 앞서 주민 여론 반영 등 구체적인 준비 사항 등을 점검하기로 했으나 광양시의 불참으로 무기 연기됐다.

앞서 오현섭 여수시장과 노관규 순천시장, 이성웅 광양시장은 5일 ‘도시 통합을 위한 토론회’에서 2010년까지 3개시를 통합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투표일인 11월 27일 이전까지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광양시 사정으로 실무회의가 연기됐지만 통합을 추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통합 분위기 조성이 박람회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투표일 이전에 양해각서가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에 신중한 광양시=이성웅 광양시장이 3개 시 통합 원칙에 합의한 이후 광양에서는 통합 문제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광양시(14만 명)는 여수시(29만 명)와 순천시(27만 명)에 비해 인구가 절반에 불과하고 지리적 위치로 볼 때 통합 과정에서 자칫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선 여수시와 교육 중심도시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순천시에 통합 주도권이 넘어가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광양시 한 공무원은 “광양시가 드러내 놓고 통합에 반대하면 여수박람회 개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난 여론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많은 시민과 공무원은 통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다음 달 초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통합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하고 시의회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시민들은 경남 하동과 남해를 아우르는 통합을 진정한 광양만권 통합으로 여기고 있다”며 “시민과 의회의 여론을 살펴본 뒤 양해각서 체결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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