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개발과 관련한 조례를 놓고 인천시와 시의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의회는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막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는 권한을 제한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례 내용=최근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제·개정 조례는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지원 조례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 운영 조례 △시세 감면 조례 △경영수익사업용지 매각 등에 관한 조례 △시의회 운영에 관한 조례 등이다.
개발 면적이 15만 m²를 넘거나 300억 원 이상인 개발사업의 협약, 대행, 위탁 등을 시의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외국이나 민간개발사업자와 기본협약 등을 체결할 때 시의회의 의결을 거치고 시가 보유한 토지를 명확한 기준 없이 헐값에 매각해 교환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 등이다.
결국 경제자유구역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시의회의 감시 및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의 반발=시는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가 1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발의돼 시로 이송되면 해당 부서의 검토를 거쳐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사실상 조례를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시는 우선 이들 조례가 상위법인 ‘경제자유구역법’과 상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가 최근 경제자유구역법에 ‘재경부 장관은 경제자유구역 개발 계획의 수립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고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 개정이 되면 시의회의 조례는 상위법을 위반하게 된다.
시는 시의회의 견제 기능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외자 유치 등을 일일이 보고하고 의결을 의무화한 조례는 문제가 많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는 시의회가 끝내 조례를 발의할 경우 재의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 무효소송도 제기할 뜻을 밝히고 있다.
▽어떻게 되나=시의회는 세금으로 이뤄지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조례를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시의회는 시가 그동안 ‘밀실 행정’이라는 지적을 외면하면서 시의회를 철저히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 시의회는 시가 경제자유구역 내 대규모 민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부 조건이나 사업 방식을 놓고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은 것도 조례 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조례에 동의하고 나섰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조례를 대신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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